현대야구단 결국 '아웃'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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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프로야구 현대 유니콘스가 폐업 위기로 치닫고 있다.

21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경영상의 이유로 올 시즌 현대야구단에 운영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는 최종 입장을 전달했다. 현대그룹이 지원 중단을 선언함에 따라 그동안 야구단을 지원해 오던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그룹, 정몽윤 회장의 현대해상화재도 자금을 댈 명분을 상실해 유니콘스는 정상 운영이 불가능해졌다.

유니콘스는 주식의 76.2%를 보유한 하이닉스반도체가 단 한 푼의 운영자금도 지원하지 않은 채 매년 현대차그룹에서 80억원, 현대그룹과 현대해상화재에서 각각 40여억원을 조달해 구단을 운영해 왔다.

농협과의 매각 협상에 실패한 뒤 신상우 KBO 총재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직접 만나 자금 지원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것이다.

이상일 KBO 운영본부장은 "현대그룹에 재고를 요청할 계획이지만 받아들이기 어려워 보인다"며 "이제는 매각을 위해 팔을 걷어붙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현대 구단 인수에 관심이 있는 회사는 두 곳 정도 있으나 연간 16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운영자금 때문에 인수를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휘 유니콘스 사장은 "이번 달 급여는 자체 예산으로 꾸려 가지만 다음달부터는 당장 운영비 조달이 막막하다. 현대그룹에 다시 도움을 청할 계획이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선수를 다른 팀에 현금 트레이드하고 야구장 펜스 광고 유치 등 모든 마케팅을 총동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996년 출범한 현대 유니콘스 야구단은 고 정몽헌 회장이 구단주를 맡으면서 공격적인 운영으로 단숨에 명문 구단으로 도약했다.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을 스카우트해 11년 동안 네 차례나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2001년 모기업 현대그룹의 경영난으로 현대전자가 하이닉스반도체로 넘어간 뒤 자금난을 겪기 시작했다.

2005년 하이닉스반도체와 민사소송이 발생하자 현대그룹은 유니콘스에 대한 지원을 전면 중단했고, 유니콘스가 비틀거리자 KBO가 올 초 농협중앙회에 매각을 시도했으나 노조 등 사내 반발로 인해 무산됐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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