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캠프大해부① 이명박캠프] 기업마인드로 무장 직책·서열보다 성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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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이명박 캠프는 칭기즈칸 군대를 빼닮았다. 아웃소싱과 인력의 신축적 운용, 기동성과 정보마인드가 그것이다.

칭기즈칸 군대는 활을 쏘다가도 칼을 들고 진격할 수 있을 정도로 인력 운용이 신축적이었다. 이명박 캠프 역시 역할을 나누는 칸막이가 없다. 자연히 역할 범위가 모호하다. 어떤 이슈에 대해 가장 좋은 의견을 내거나, 그 분야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정받은 이가 그 일을 맡는다. 지난해 11월 한반도 대운하 현장 탐사가 한 예다. “이르다”는 이 전 시장과 “지금 필요하다”는 실무진의 의견이 맞섰다. 이 전 시장은 기획통인 권택기씨에게 계획 수립을 맡겼다. 운하 전문가는 아니지만 현장 탐사 아이디어를 냈다는 것이 이유였다. 권씨는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일정을 마련해서 일정관리팀에 넘겼다.

아웃소싱은 정책분야에서 한층 돋보인다. 이슈가 생기면 즉각 그 분야 최고전문가들로 태스크포스(TF)를 꾸린다. ‘MB독트린’으로 알려진 이 전 시장의 외교안보정책은 현인택 고려대 교수를 중심으로 한 TF에서 나왔다.

기마부대를 활용한 칭기즈칸 군대는 빨랐다. 기동성으로 다른 군대를 제압했다. 이명박 캠프도 속도를 중시한다. 캠프엔 불문율이 있다. ‘회의 참석인원은 소수정예. 8명을 넘지 않는 것이 좋다. 회의는 1시간을 넘지 않도록 한다’가 그것이다. 의사소통 흐름도 빠르다. 보고 체계를 따로 밟지 않는다. 캠프의 막내도 이 전 시장에게 직보할 수 있다.

‘정보마인드’도 투철하다. 필요한 정보를 구하는 집중력이 뛰어나다. 최근 검증 공방과 김유찬씨의 폭로 파문이 사례가 될 수 있다. 캠프는 김씨의 폭로에 대해 발 빠르게 허점을 찾아 대응했다고 자평한다.

배용수씨는 “오랜 세월 기업 최고경영자로 지낸 이명박 전 시장의 경험과 철학이 캠프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한다.

칭기즈칸식 캠프는 효율성을 중시한다. 구성원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연공서열은 뒷전이다. 이명박 캠프에 직책이 없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영준씨는 “도전적인 사람에겐 더할 수 없이 좋은 캠프”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평가는, 달리 말하면 스스로 제 역할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벌써, 자신도 모르게 역할이 줄어드는 사람이 생겨나고 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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