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포퓰리즘이 몰고온 중산층 몰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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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중산층이 갈수록 줄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중산층은 1996년 56%에서 2006년 44%로 감소했다. 이 기간 빈곤층은 11%에서 20%로 늘었다. 중산층 상당수가 빈곤층으로 추락한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빈곤층을 돕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런데도 빈곤층이 늘어난 것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의존하면서 시장원리를 거스르고 성장동력을 억누르는 정책이 부메랑이 된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큰 정부를 고집하며 세금 등 국민 부담을 늘렸다. 수도권 규제를 신줏단지처럼 모시면서 일자리를 차버렸고, 기업에는 이중 삼중의 족쇄를 채웠다. 세금으로는 '사회적 일자리'라는 월급 40만원대의 허드렛일을 만들면서 생색을 냈다. 심지어 국민을 잘나가는 20%와 희망 없는 80%로 편 가르고 양극화의 책임을 가진 자에게 돌렸다. 그러면서 '경제는 괜찮은데 민생이 문제'라는 궤변을 늘어놓은 게 이 정부다.

결과는 참담하다. 취업 준비생이 50만 명을 넘고, 개인파산 신청자가 지난해 12만 명을 넘었다. 봉급생활자의 근로소득세는 2002년 1인당 132만원에서 올해 206만원으로 오른다. 교육과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집집마다 사교육비와 대출이자에 짓눌려 있다. 노후 걱정은 사치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중산층은 이념.지역.빈부 갈등을 줄여주고, 통합을 이끌어 내는 사회의 안전판이다. 중산층이 두터워야 사회도 건강해진다. 지금이라도 중산층을 복원하려면 포퓰리즘을 버리고, 분배보다는 성장을 통해 경제 규모를 키워야 한다. 그래야 투자가 늘고, 괜찮은 일자리도 생겨 빈곤층 추락을 막을 수 있다. 또 작은 정부로 전환해 세금 등 국민 부담을 덜어 줘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중산층은 평균 71%에 달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전 세계 중산층은 4억 명에서 2030년 12억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일류 국가들이 가는 길을 쫓아갈 것인가, 아니면 역주행을 계속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