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상하며 『바람의 둥지』낸 군산 허옥선씨|"세상사 고달픔 소설써서 풀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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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우렁쉥이(멍게) 행상·과일판매등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30대 가정주부가 소설을 써 책으로 펴내 화제가 되고 있다.
부산시 용호4동485의2에서 향미과일가게를 하는 허옥선씨(37). 허씨는 10남매를 둔 집안에 맏며느리로 시집가 멍게행상등으로 어렵게 살아온 결혼 10년간의 억척스러운 생활만큼이나 우직한 사랑을 하는 벙어리노처녀의 사랑얘기를 다룬 『바람의 둥지』란 중편소설을 지난달 20일 출간한 것.
자유로운 삶을 사는 남자를 바람에, 여자의 선택된 삶을 둥지에 비유해 소설제목을 『바람의 둥지』로 했다는 허씨는 고향인 경남고성에서 고등학교까지 함께 다니면서 애틋한 사랑을 하고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친구 「지수」가 8년전 결혼해 일본으로 간뒤 여태껏 소식이 없어 보고싶은 마음에서 소설의 여주인공을 민지수로 이름지였다고.
그리고 81년 결혼, 농삿일을 도우며 2년간 힘들게 신혼생활을 한 시가가 있는 경북울진 산골마을을 소설의 배경으로 삼았다.
83년 분가, 부산에서 남편이 사업에 실패, 먹고살기 위해 리어카 멍게행상에 나선뒤 올 7월까지 멍게장사·횟집운영을 해온 허씨가 소설을 쓰기로 작정한 것은 지난4월.
『오전8시에 멍게행상 나갔다가 밤11시에 집에 돌아오는 생활을 하는 와중에 시누이·시동생 7명을 결혼시키면서 겪었던 고달픔을 소설로 분풀이하고 싶은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허씨는 행상을 일찍 끝내고 집에 돌아와 세상살이에 힘겨운 한 여인의 삵의 굴곡과 이에 수반되는 애잔한 정서와 인간의 궁극석인 구원을 다룬 소설을 문학소녀때의 솜씨로 여러날 밤을 새우다시피 하며 집필해 7월에 탈고, 도서출판 「빛남」에 출판을 부탁했다.
지난11월20일 초판 2천부를 출판한데 이어 최근 재판 3천부를 찍은 『바람의 둥지』는 『표현과 구성이 다소 어색하지만 진한 감동을 주는 얘기』라는 일반적인 평가와 함께 꾸준히 독자를 늘려가고 있다.
지난여름 콜레라파동으로 멍게장사를 그만두고 대신 과일가게를 하고있는 허씨는 결혼 10년간의 억척스런 생활을 수기로 써보고 싶으나 집안 속사정을 털어놓을 수 없다는 이유로 남편이 반대하는 바람에 보류하고 있지만 시간의 여유가 생기는대로 인간의 진솔한 삶을 수기·시·소설 등으로 그려보겠다는 꿈을 가지고 아내로서, 두 아이의 어머니로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부산=김관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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