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자존심」걸고 공명선거이룩”/취임 한돌맞은 정구영검찰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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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개 지검·지청별로 전담반 편성/일부계층 투기·퇴폐 단속보다 자제가 중요/인터뷰=권일 사회1부차장
두번째 임기제 검찰총장으로 2년 임기중 여섯번의 선거를 치르게돼 스스로 「선거총장」이라고 서슴없이 부르는 정구영 검찰총장(53·고시 13회)을 중앙일보 권일 사회1부차장이 만나 내년의 4대선거를 앞둔 검찰의 공명선거 의지와 대책 등을 들어보았다.
정검찰총장은 특히 올해 처음 실시된 두차례의 지자제 선거에서 「유권자 스스로 금품을 거부하는 풍토조성」이란 슬로건을 내세우며 「국민적 자존심을 건 공명선거」를 강조해 상당히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내년에는 각종 선거가 잇따를 것이기 때문에 벌써부터 국민들의 관심이 선거쪽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여야도 국회의 선거법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조직책 선정등 선거채비가 구체화되고 있는듯 합니다. 우리나라 민주주의 정치앞날을 위해 내년의 갖가지 선거가 큰 의미를 지닌다고 말들을 합니다만 공명선거를 이루기 위한 검찰의 의지와 구체적 방침은 무엇입니까.
▲이번 총선은 민주발전과 사회·경제안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를 공명정대하게 치르도록 하는 것은 검찰이 부여받은 역사적 사명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검찰은 이미 50개 단위지검·지청별로 선거전담반을 편성,사전선거운동단속에 나서고 있으며 검사와 사무직 등 6천3백여명의 검찰인력을 각 동·군별로 전담토록 세분화한 「지역 할당제」를 통해 사전선거운동등 불법·타락조짐을 광범위하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번 총선이 고비
또한 전국 유명관광지 숙박업소·식당 등에 파견된 단속요원의 현장확인을 통한 역추적 수사로 불법선거운동을 초기에 척결하기 위한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검찰은 적발된 선거사범에 대해서는 엄정하고 신속한 법집행을 통해 반드시 불이익이 돌아가도록 철저한 공소유지를 해나갈 방침입니다.
사법사상 처음으로 금품수수 유권자를 구속수사했던 지난 두차례의 지자제선거때와 마찬가지로 돈받는 유권자에 대한 처벌을 한층 강화하는 한편 국민스스로 불법을 거부하는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연말연시를 틈탄 과열·타락분위기에 대한 단속의 고삐를 한층 죄어 국민적 자존심을 건 공명선거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13대총선과 지자제선거에서 공천헌금문제가 말썽이 됐었는데 이에 대한 검찰의 입장은 어떤 것인지요.
▲공천의 대가로 금품을 주고 받는 행위는 현행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에 위반되는 불법행위며 공직을 돈으로 사고 파는 것과 같은 행위로 국민이 법감정과 정서에도 맞지 않는다고 봅니다.
물론 정치권의 공천관련 행위를 정치활동의 일부로 볼때 이에 대한 검찰의 적극적인 개입이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해 일부에서 의문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범법행위의 증거가 포착되면 불가피하게 수사가 이루어질 것이라는게 검찰의 분명한 입장입니다.
­「범죄와의 전쟁」기간중 상당한 성과도 거두었으나 아직도 국민들은 민생치안에 상당한 불안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민생치안의 총책임자로 그간의 실적과 앞으로의 단속의지를 밝혀주십시오.
▲범죄와의 전쟁은 우리사회에 확산돼온 불법과 무질서심리,각종 흉악범죄를 제압해 국민생활의 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검·경을 비롯한 범정부적 대응으로 흉악·마약범죄를 제압하고 폭력조직이 와해되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의도 폭주살인사건이나 유괴살인사건 등 충동적이고 반인륜적인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검찰은 지금까지의 성과를 내세우기보다 국민들에게 체감치안의 안정감이 확보될때까지 지금 이 시기에 범죄를 진압하지 않으면 범죄와 공생하게 된다는 절박한 사명감으로 그 소명을 다해나가겠습니다.
­최근 우리사회는 일부 부유층의 자기과시적 소비생활로 계층간 갈등이 심화되는 것 같습니다. 검찰권을 동원해서라도 이같은 사회비리를 척결해 주기를 국민들이 기대하고 있다고 보지 않으십니까.
▲기본적으로 모든 일에 검찰권이 개입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적하신대로 부동산투기·밀수·퇴폐행위 등 일부 계층의 무분별한 행위가 대다수 국민들에게 허탈감과 무력감을 안겨주고 국민경제의 근간을 저해하는 등 그 부정적 파급효과가 실로 지대합니다.
따라서 검찰은 4월부터 전국검찰에 「비리특수부」를 설치하고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호화방종행위와 반윤리적 행위를 중점적으로 단속해 왔습니다.
그러나 보다 바람직한 것은 우리사회의 자율적 기능으로 근검절약풍토를 회복,국민들간에 일하는 풍조가 확산되어 가는 것이겠지요.
이같은 지도층의 자제와 노력은 결과적으로 우리사회 자유민주주의체제를 강화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재야운동권의 양심수·정치범 석방요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내외 정세변화에 따른 국가보안법의 신축적 운용은 고려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체제수호의 책무
▲검찰은 개방과 민주화,화해와 협력이 추구되는 국내외 정세에 발맞춰 안보관계법규의 신축성과 적절성을 유지하느나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만 북한이 개방과 민주화를 외면하고 대남적화 통일의도를 버리지 않는 이상 이에 적극 대처,자유민주화의 체제를 수호해야 할 책무가 검찰에 있습니다.
또한 재야에서 말하는 소위 양심수란 대부분 방화나 폭력시위로 구속된 형사범이거나 국가의 안전과 존립에 위해로운 범죄행위로 구속된 반국가사범으로 법적제재를 면할 수 없습니다.
자주 거론되는 임수경양의 석방문제도 같은 차원에서 다뤄질 것이며 행형성적에 따라 감형 또는 가석방될 가능성은 여느 수감자와 같다고 봅니다.
­연말연시를 맞아 공직사회에 대한 검찰의 사정활동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그 기준은 무엇입니까.
▲연말연시나 명절을 전후한 우리사회의 경로사상 표현이나 불우이웃돕기등은 전통적 미풍양속으로 극히 바람직한 일이고 장려돼야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를 빙자해 공직자가 금품을 주고 받는 것은 사회분위기를 어지럽히고 근검절약풍조를 해치는 일로 시대상화과 국민정서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검찰은 우리사회의 정신적 건강을 지킨다는 자세아래 이같은 일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사정활동으로 공직자 및 지도층이 그 자존심과 품위를 지키도록 경고와 설득을 계속해왔으며 금년 연말에도 이같은 활동은 계속될 것입니다.
­2년임기제 검찰총장으로 어느덧 1년을 보내셨습니다. 후임총장은 차기대통령취임 2개월여를 앞두고 취임하는 탓에 검찰총장의 거취문제가 벌써부터 관심거리고 내부에서는 내년 총선에 고위검찰간부의 출마설과 도지사 진출설 등이 나돌아 검찰인사가능성도 있지 않습니까.
▲검찰총장의 거취문제는 대통령 임기만료와는 별개로 인식되는 것이 검찰총장임기제도의 본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또 그것이 국민의 여망과도 부합한다고 봅니다.
또 일부에서 거론되는 검찰고위간부의 총선출마나 도지사 진출문제는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보고받은 바 없으며 따라서 검찰 간부들에 대한 인사 가능성은 일단 없다고 보지만 변수가 있을 수 있겠지요.
○내부역량 더 강화
지금은 한햇동안의 업무를 점검하고 다가올 선거등 국내외적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검찰의 내부 역량을 강화해나가야 할 시기입니다.
검찰인사는 서열과 능력,기여도와 신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정성과 객관성,합리성과 예측가능성이 최대한 보장되도록 노력하겠으며 특히 업무공헌도에 대한 보상은 반드시 고려하도록 하겠습니다.
­취임후 「성숙한 검찰」을 내세워 적잖은 일들을 해오셨는데 6일로 꼭 1년이 됐습니다. 지난 한햇동안 특히 기억에 남거나 후회스러웠던 일은 무엇이며 앞으로 1년동안은 어디에 가장 중점을 두실 생각이십니까.
▲검찰은 매사를 철저하고도 치밀하게,그리고 정교하게 처리하도록 하는 습성이 개인과 조직에 배어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취임 1년동안 두차례의 기초·광역의회선거를 통해 모두의 노력과 합심으로 공명선거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거창한 규모보다는 검찰이라는 훌륭한 건물을 짓기 위해 벽돌 한장을 쌓는다는 소박한 목표아래 오늘부터 임기 1년제 총장에 취임한다는 각오로 나머지 1년을 보내 「보통의 검찰총장」으로 남고 싶은 것이 제 소망입니다.<정리=권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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