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혈세로 선거 치를 속셈/정당국고보조금 4년간 40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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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당리 급급 나눠먹기식 협상/깨끗한 선거는 뻔한 공염불
여야의 국회의원선거법 및 정치자금법개정 협상을 지켜보노라면 이들이 과연 자신들의 말대로 「돈안들고 깨끗한 선거」를 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가는 대목이 많다.
특히 거의 합의단계에 이른 정치자금법의 경우 정당수입을 늘리겠다는 당리에 너무 급급한 나머지 국민 세부담을 터무니없이 올려놓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때문에 여야가 초팽창예산을 놓고 눈가림 숫자놀음 끝에 국민 세부담은 한푼 깎지못하더니 오히려 국민들의 호주머니만 더 털어내 『국민세금으로 선거를 치르려 하느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가장 빈축을 사는 대목은 정당국고보조금 인상조항.
현행 유권자 1인당 연 4백원의 국고보조금을 민자당이 기본 6백원에 정당참여선거때마다 3백원씩 추가지급을 하자는 인상안을 내놓았고,민주당은 기본 1천원에 정당개입선거때마다 1천원씩의 추가를 줄기차게 주장(당초제시안)해오고 있다.
내년엔 선거가 몰려있는 만큼 민자당안에 따르면 1천5백원(6백원+정당선거 3회 9백원)으로 3.8배,민주당안은 4천원으로 무려 10배나 각각 올리겠다는 배짱이다.
민자당은 현재 민주당이 고집하고 있는 옥외정당연설회등 선거운동방식에서 양보해준다면 기본금을 7백원까지 올려주겠다는 복안이어서 내년의 경우 유권자 1인당 1천6백원씩 부담할 가능성이 짙다. 무려 4백%나 인상되는 셈이다. 9월말현재 유권자 2천6백50만명으로 계산하면 총규모는 4백24억원선이다.
여야는 아직 배분방식에 합의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7월 여야정치자금법실무협상소위가 잠정합의한 배분방식으로 나눌 경우 민자당이 약 2백80억원,민주당이 1백40억원,민중당이 8억원을 각각 챙기게 된다.
금년의 경우 민자당이 66억원,구신민당이 26억원,구민주당이 11억원씩 국고보조금을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민자당은 4.2배,민주당은 3.7배가량을 더 받게 되는 셈이다.
현재 민자당은 소위에서 합의한 이 방식을 주장하고 있는데 그 골자는 ▲국회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중 지급당시 의석다수순으로 제2정당까지 각각 16.25% ▲5인이상 정당에 7% ▲5인 미만의 무의석 정당으로 총선·광역의회선거등 정당참여 선거시 유효투표 각각 2%,0.5%이상 득표한 정당에 2% ▲나머지 절반은 의석비로 ▲최종 잔여분은 총선 득표비로 배분하는 것이다.
이 경우 현행 의석비와 득표비로 계산하면 민자당이 약 66%,민주당이 33.5%,민중당이 0.5%의 비율로 배분받게 된다.
이에 반해 민주당측은 총선의 득표비에 따른 배분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두안 모두에 민중당등 군소신당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진보·군소정당육성을 위해 의석득표비로만 계산하는 방식을 탈피,제도적인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하고 특히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는 국고보조금을 제 1,2당이 나눠먹기식으로 배분하는 것은 기득권유지를 위한 불공편한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80년 도입된 정당 국고보조금제도는 당초부터 국민이 낸 세금을 나라살림도 아닌 정당 운영자금으로 쓸 수 있느냐는 원칙론적인 시비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나라의 특수한 정치풍토때문에 극히 열악하고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야당의 자금사정을 감안,그 현실적 필요성에 수긍해 별저항 없이 도입됐던 것이다.
아울러 81년 책정,88년까지 지급됐던 정액 연 10억원도 각정당이 쪼개 가질 경우 「푼돈」에 불과하다는 지적 또한 납득받았었다.
그러나 89년 연 25억원으로,90년엔 두차례 지방의회선거를 핑계로 1백억원선(유권자 1인당 4백원씩)으로 장대높이 뛰기 선수처럼 뛰어넘더니 1년만에 또다시 4백억원수준까지 끌어올리려 하고 있으니 해도 너무한다는 비난이 없을 수 없다.
2년새 무려 16배,3년만에 40배를 인상하는 셈이다.
한자리수 물가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근로자들의 눈을 단 한번이라도 의식했더라면 이러한 후안무취한 발상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산 한푼 못깎고 기껏 날치기·몸싸움에 대권싸움·공천다툼만 벌이면서 여야가 세비인상·보조금인상엔 어쩌면 그리도 짝자꿍이 잘되는지 모르겠다는 국민들의 비등한 비난여론과 함께 정치불신만 더욱 조장하는 형국이다. 더군다나 이들이 이돈으로 깨끗한 선거를 하겠다는 장치는 선거법어디에도 나타나지 않고있어 그냥 국고보조금만 삼키겠다는 생각이다.
국고보조금 인상이외에도 기탁금·개인후원회등 정당·정치인이 자금을 염출할 수 있는 방법만 대폭 완화됐다.
민주당은 또 실명기탁금의 경우 기탁자의 불이익이 뒤따를 소지가 높은만큼 익명의 쿠퐁제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의 주장은 정치자금의 양성화·공개화라는 스스로의 주장과도 배치된다.
여야선거법협상은 선관위가 제시한 「구좌를 통한 선거비용사용」「선거비용의 감사」등은 거론조차 않는등 공명선거제도정착과는 동떨어진 대목이 많아 공명선거를 위한 제도적 장치마련이 국고보조금 흥정에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 여론이다.<허남진·문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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