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왜곡 논란 '요코 이야기' 미국 교육당국 첫 퇴출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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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말기 일본인에 대한 한국인의 가혹 행위를 그려 역사 왜곡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재미 일본작가의 소설 '요코 이야기'(원제 So far from the Bamboo Grove.대나무 숲 저 멀리서.사진)가 미국 교육 당국에 의해 처음으로 '퇴출' 판정을 받았다.

수도 워싱턴과 인접한 메릴랜드주(州) 몽고메리카운티 교육위원회는 16일 이 소설을 관내 학교에서 더 이상 교재로 쓸 수 없도록 하는 결정을 내렸다. 몽고메리카운티는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곳이다.

'요코 이야기'의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진 뒤 미국 내 일부 사립학교와 뉴욕의 한 공립학교가 이 책을 교재에서 제외한 적은 있지만 교육당국이 유사한 결정을 내린 것은 처음이다.

몽고메리카운티 교육위원회는 이날 주미 한국대사관과 한인단체 앞으로 공문을 보내 "'요코 이야기'가 역사적으로 부정확하고 한국인을 잘못 묘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 책을 권장도서 및 6학년 교재 추천도서 목록에서 삭제하기로 했다"고 알려왔다.

지금까지 몽고메리카운티의 34개 중학교(중.고 통합과정) 중 상당수가 이 소설을 6학년(한국의 고3 과정에 해당) 영어교재로 채택해 왔다. 교육위원회의 결정으로 이 지역 학교들은 물론 이 지역 내 공공도서관도 이 소설을 구입하지 않을 전망이다.

해방 이후 한국인의 일본인 학살과 성폭행 등을 묘사한 요코 가와시마 왓킨슨의 소설 '요코 이야기'는 출판됐던 1986년부터 미국의 상당수 지역에서 중학교 과정 필독서로 선정돼 널리 읽혀 왔다.

몽고메리카운티 교육 당국의 이번 결정은 주미 한국대사관과 한인 학부모들이 '요코 이야기'의 교재 사용 중단 운동을 끈질기게 펼친 결과다.

권태면 워싱턴 주재 총영사는 "이번 결정은 한인 학부모와 단체들이 뜻을 모아 이루어낸 쾌거"라며 "수도인 워싱턴 인접 지역에서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진 만큼 다른 지역 교육 당국의 결정에도 좋은 선례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학생들이 더 이상 잘못된 역사를 배우지 않도록 한인 사회의 학부모와 학생, 단체들이 앞으로도 이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권 총영사는 관할 구역 내 46개 카운티 교육위원회에 서한을 보내고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요코 이야기' 교재 사용 중단을 설득해 왔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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