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대 「여성국극」 다시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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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30년전 여성국극의 대스타들이 사라져가는 전통의 맥을 잇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은 무대를 마련했다.
환갑 전후의 노년이 된 왕년의 스타 김진진·조금앵 등의 여성국극단은 50년대 전성기 여성국극의 대표작인 『선화공주』를 대학로 소극장인 「충돌2 라이브홀」에서 공연중이다. 여성극극단은 대학로의 젊은 연극인들과 연극팬들에게 국극의 전통을 보여주기 위해 대형호화무대인 국극을 소극장용으로 각색, 20일 장기공연이란 모험에 나선 것이다.
여성국극은 판소리를 연극적 형식으로 바꾼 창극이 50년대 들어 보다 대중적인 형태로 발전한 것으로 50, 60년대까지 가장 인기 있었던 공연이었다. 창과 전통무용과 재담으로 꾸며지는 여성국극은 남자 역까지 모두 여자가 연기하는 독특한 형식인데, 이는 48년 창극 『춘향전』공연 당시 인기여배우였던 임춘앵이 미소년인 이도령 역을 맡아 장안의 화제가 된 이후 굳어진 특징이다.
징소리와 함께 시작된 공연은 대금과 아쟁, 장고의 전통반주에 맞춰 창으로 이어진다. 내용은 삼국유사에 나오는 『서동요』를 모티브로 창작된 백제 서동왕자와 신라 선화공주의 사랑이다. 특유의 짙은 화장으로 주름살을 가리고 화려한 의상으로 나이를 잊은 듯한 배우들은 비록 요즘 감각과는 다르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통공연의 완숙미를 토해낸다. 선화공주를 향한 서동의 애절한 사랑이 한자락 애잔한 소리로 표현되고 서동의 투옥과 공주의 구출, 공주의 귀양과 서동의 화려한 재등장이라는 반전이 극적 흥미를 돋우다 두 사람의 백년가약으로 해피엔딩한다. 중간중간 객석과의 농짓거리를 주고받는 재담이 전통공연의 대중적 변신임을 느끼게 해준다.
이번 공연은 『민족문화예술의 꽃인 여성국극이 사라지는 것을 방관할 수 없다』는 연출자 이정섭씨의 노력이 합쳐져 이루어졌다. 이씨는 『옛 기억을 더듬어 재현한 공연』이라며 『전통의 형식을 새롭게 계승, 발전시키는 것은 이 공연을 보러와야 할 젊은이들의 몫』이라고 강조한다. 12월 8일까지 평일 오후 7시, 토·일요일 오후 4시, 7시. (764)5715.<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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