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외환 운용내역 이례적으로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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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국은행이 이례적으로 외환보유액의 내역과 운용 현황을 공개하고 나섰다.

11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이 1천5백억달러를 넘어섬에 따라 외환보유액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보유 외환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투자공사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정부 내에서 나오고 있는데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이날 자료를 통해 밝힌 내역에 따르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중 약 6분의 1은 정부가 시장에서 달러화 등을 사고 팔기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는 외국환평형기금으로 나타났다.

외환보유액 1천5백3억달러 중 84%인 1천2백69억달러는 한은 소유고 나머지 2백34억달러는 정부에서 운용하는 외국환평형기금이라는 것이다.

외국환평형기금은 정부가 올 들어 환율 안정을 위해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을 늘리면서 지난해 말(1백45억달러)보다 61.3%(89억달러) 증가했다.

또 1998~2002년 주로 미국 재무부채권, 세계은행 발행채권 등 안정성이 높은 자산에 재투자된 보유 외환의 운용수익률은 연평균 6%가 넘어 통화안정증권 이자(평균 6.02%)는 물론 국제투자기관의 평균 투자 수익률을 웃돌았다고 한은 측은 밝혔다.

한은은 외환보유액이 97년 12월 말의 89억달러에서 1천5백억달러대로 크게 증가한 것은 98~2003년 10월 경상수지가 9백88억달러의 흑자를 낸 데다 외국인 주식 투자자금 3백80억달러가 순유입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올 들어 외국인 주식 투자자금 순유입액이 1백17억달러로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외국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달러가 늘어났기 때문에 외환보유액도 자연히 증가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재욱 한은 부총재보는 "일각에서 외환보유액의 일부를 헐어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자는 주장은 보유 외환의 안정성을 크게 해칠 것"이라고 반박하며 "통일 등에 대비할 경우 현재의 외환보유액을 더욱 늘려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외환보유액을 늘려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며 "투자공사를 설립하더라도 운용 대상이 환금성이 높은 자산에 집중되기 때문에 외환보유액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또 "그동안 통화안정증권 발행에 따른 부담이 크기 때문에 외환시장 개입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온 한은이 외환보유액을 더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환영할 일"이라며 "외환 운용 수익률이 통안채 금리보다 높다면 통안채 부담 때문에 외환시장 개입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한국은행의 논리를 꼬집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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