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핫이슈] 개구리… 개와 고양이… 또 동물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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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지난 여름 개구리에 이어 이번엔 개와 고양이가 정치의 한복판에 등장했다. 노무현(盧武鉉)대통령과 야당의 살벌한 정치 공방 과정에서 엮어지고 있는 '동물 시리즈'는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와 함께 '정치의 희화(戱化)화'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지난달 25일 盧대통령은 '측근비리 특검'거부에 항의하며 국회를 공전시킨 한나라당과의 대치 관계를 빗대 의사소통이 서로 안되는 '개와 고양이의 관계'라고 한 발언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동물 논쟁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네티즌들은 이 논쟁에서 예외없이 친노(親盧)-반노(反盧)로 갈라져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치열한 대리전을 벌였다. 중립적 의견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적나라한 편싸움을 벌인 내용이 인터넷 의견쓰기난을 가득 메웠다.

친노측 의견은 대부분 '사돈 남 말하느냐'는 식이다. 한나라당이 먼저 국가원수를 개구리로 비유해 놓고 지금 와서 '개와 고양이'의 비유를 비난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반노측은 '그렇지 않아도 대통령의 막말로 나라가 어렵고 야당 총재가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 도의상 이런 말을 할 수 있느냐'며 발끈했다. 인터넷 ID가 'cho7243'인 네티즌은 "야당 대표의 주장이 전혀 엉뚱하거나 틀린 것이 아니고 게다가 단식 중인데 역겨운 비아냥을 할 수 있느냐"며 "최소한 지금의 나라꼴이 '개'판인 것은 대통령에게 일정한 책임이 있다"고 비난했다. "국무회의 석상이 개와 고양이의 놀이터냐"며 "무지렁이들이 막걸리에 소금 안주 먹는 자리도 아닌데 채신없이 농담이나 할 수 있느냐"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무리 정쟁 중이라 하더라도 상대방을 동물에 비교할 수 있느냐는 반응이 주로 야당 성향의 네티즌들로부터 나왔다.

이런 의견에 맞서 대통령을 옹호하는 측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논리로 맞섰다. 'coolsong'은 "일국의 대통령을 개구리니 어쩌니 하고 국가 망신을 시킨 사람들이 무슨 양심이 있다고 그럴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자신들은 국가원수를 함부로 모독하고 예의를 지키지 않으면서, 대통령이 지어낸 말도 아니고 널리 통용되고 있는 '개와 고양이' 비유를 했다고 동류로 취급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개는 누굴 만나면 반갑다고 꼬리를 치켜올리지만 고양이는 거꾸로 반가울 때는 꼬리를 내리고 싸우려 할 때 꼬리를 올린다"는 비유적인 유머를 잘못 받아들여 오해가 생긴 것이 아니냐고 풀이하는 네티즌도 있었다.

'kimdamul'은 대통령은 야당을 모독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참뜻은 대화하자는 것에 가까웠을텐데…"라며 아쉬움을 표시했고 'JGLEE1298'은 "개구리 운운하며 개인을 모독한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객관적 비유를 한 것인데 그걸 가지고 화를 내다니…"라고 혀를 찼다.

이밖에 '한나라당이 유머를 공부하면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될 것'(k3s3h3y3)이라거나 '유머는 분위기 전환을 위한 화법의 하나라는 것도 모르나'(dmhong)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양측을 다 싸잡아 못된 '개와 고양이'로 보고 정신차릴 것을 요구하는 주문도 있었다.

ID 'dskoh'는 "파병이나 경제 같은 도둑놈들이 극성이라 집을 지키라고 지난 연말에 사놓은 개는 오히려 주인을 물어뜯고, 집안살림 빼돌리는 쥐를 잡으라고 데려온 고양이 놈은 생선 안 준다고 밥 안 먹겠다고 야옹거리니 이놈들 때문에 집안 시끄러워 못살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은 지난 8월 22일 공식회의에서 한 당직자가 항간에 나도는 '노무현 대통령과 개구리가 닮은 점 다섯가지'를 입에 올려 네티즌들의 도마에 올랐다.

한경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