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깊이읽기] 4년 장수 두 오락프로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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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진실게임(금 저녁 7시5분)과 MBC 전파견문록(월 저녁 7시20분)이 최근 나란히 2백회를 돌파했다. 6개월이 멀다 하고 프로그램이 신설되거나 폐지되는 우리 풍토에서, 게다가 개편 때마다 도마에 오르는 오락 프로그램이 만 4년을 넘기며 장수한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비결이 뭘까. 진실게임의 이경실에 이은 유재석, 전파견문록의 이경규 등 뛰어난 진행자가 있다는 점도 한몫하지만 인기의 본질엔 일반인 출연자들의 힘이 크다.

어린이의 시각은 때론 어른들도 놓치는 삶의 본질을 꿰뚫기도 하고(전파견문록), 한달 가까이 훈련된 가짜들은 진짜들을 능가하는 연기로 시청자들의 흥미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진실게임).

오락 프로그램에서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이 등장하는 경우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반인은 그저 들러리요, 보통 사람들도 참여한다는 것을 티내기 위한 요식 행위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에선 일반인들은 객체가 아닌 주체다.

전파견문록의 재미는 사물에 대한 아이들의 참신한 해석이 출발점을 이루고 있으며, 진실 게임에서도 패널들의 재치보단 가짜를 진짜처럼 속이려는 일반인들의 노력이 프로그램을 지탱해 주는 포인트다. 진실게임 김태형 PD는 "패널들이 방송을 못 한다면 교체하거나 빼고 해도 되지만 일반 출연자들은 주인공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이들이 못 나오면 방송이 아예 펑크가 난다"고 말했다.

스타 MC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히 제작비도 적게 들어 방송국으로선 일석이조인 셈이다.

고만고만한 연예인들이 우르르 몰려 나와 신변잡기식 농담으로 재미를 추구하려는 요즘, '스타 시스템'에 의지하기보다는 '포맷' 개발에 주력하는 것이 시청자 흡인력이 크다는 사실을 이들 프로그램들은 뚜렷이 보여준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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