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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실이 부부의 초보 요리방] 伊친구야, 오삼불고기가 널 기다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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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면

"본 조르노-."

"어머! 어머! 어머! 이게 누구야? 그런데 너 지금 어디야? 도대체 얼마만이니?"

밤늦게 걸려온 휴대전화를 받았더니 이탈리아에 사는 친구다. 갑자기 흥분된 목소리로 따다다다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나 내일 서울 가." 그녀의 답변은 오직 이 한마디.

"허억? 그래? 몇시 비행기야? 우리집엔 언제 올거야? 뭐 먹고 싶은거 없어?"

계속되는 나의 질문에 친구는 깔깔거리며 웃기만 했다.

"아무튼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하기로 하자."

"야야, 그래도 너 혹시 먹고 싶은 거 없니?"

"한국에 가면 추울테니깐 맵고 칼칼한 뭐 그런 거면 좋을 것 같네."

'초스피드 서울상봉'을 기약하며 아쉽게 전화를 끊는 순간, '그래! 오삼불고기다'로 그녀의 환영 메뉴는 결정됐다.

전국민의 사랑을 독점하고 있는 삼겹살과 오징어를 매콤한 고추장 양념으로 맛을 낸 오삼불고기. 육고기와 바닷고기가 조화를 이룬 절묘한 맛이 기가 막히다. 그녀가 타향살이를 하면서 그리워한 매운 맛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게다가 재료비가 싸서 경제적 부담도 덜하다. 그만하면 이탈리아 요리에 길들여진 그녀의 입도 감동하지 않고는 못견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녀의 방한 소식을 전해들은 꼼꼼이도 오삼불고기에 대한 기대 때문인지, 자기가 못본 앙실이 친구에 대한 호기심 때문인지 환영인파로 가세하기로 했다.

드디어 그녀가 우리 집으로 오는 날. 서둘러 꼼꼼이를 데리고 한보따리 장을 봤다. 평소 같으면 "뭐가 이렇게 많아?"하면서 투덜거릴 꼼꼼이가 아무 잔소리가 없다. 오히려 자기가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무척 신바람이 난 모습이다. 오징어 손질도 자청하고 나섰다.

'이런, 응큼하긴…'

"딩동 딩동."

벨소리가 울리고 반가운 친구의 얼굴이 비쳤다. 현관에서 두 손을 잡고 한바탕 팔짝팔짝 뛰었다. 옆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던 꼼꼼이를 살짝 째려보며 옆구리를 찔렀다.

'뭐하는 거야, 환영인파로 나온 사람이….'

"환영합니다. 이렇게 먼 길까지 오시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치치, 재미없게 환영 멘트가 교과서 아니야.' 어쨌든 꼼꼼이와 그녀의 가벼운 목인사도 오갔다.

자, 그럼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오삼불고기 볶기 시작. 지글지글 맛있는 소리가 난다. 매콤한 냄새가 살살 집안으로 번져간다. 그녀의 코가 감지한 모양이다.

"너 지금 뭐하니?"

"으응, 기다려봐."

잠시 후 오삼불고기 식탁이 펼쳐졌다. 전통주도 한병 준비했다. 오물오물 씹어가며 이 얘기 저 얘기를 나누다보니 바닥이 보였다. 서둘러 밥 두 공기를 퍼서 볶았다.

"뭐 이런 요리가 다 있었니, 나한테 레시피 좀 가르쳐주라. 이탈리아에 가서 나도 폼나게 만들어보자." 그녀는 나에게 오삼불고기의 비결을 알아내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꼼꼼이는 술도 마시지 않고 앙실이의 '과거'캐기에 여념이 없었다.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 오징어 + 삼겹살 매콤한 만남

▶재료=오징어 1마리, 삼겹살 4백g, 풋고추 4개, 홍고추 2개, 양파 1개, 떡볶이용 흰떡 10개, 올리브유 약간, 공기밥 2공기

▶양념장=고추장 4큰술, 설탕 4큰술, 고춧가루 3큰술, 간장 3큰술, 다진파 1큰술, 다진마늘 1작은술, 다진생강 1/2작은술, 참기름 1/2작은술, 깨.후춧가루 약간씩

▶만드는 법= ① 오징어는 내장을 제거하고 껍질을 벗겨서 알맞은 길이로 썬다. 모양을 예쁘게 내려면 바깥쪽으로 칼집을 낸다. ② 삼겹살은 한입 크기로 자르고, 풋고추.홍고추는 어슷썬다. 양파는 채를 썰고, 흰떡은 먹기 좋게 이등분한다. ③ 고추장 등을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④ 오징어.삼겹살.흰떡을 양념장에 두시간 정도 재운다. ⑤ 프라이팬에 호일을 깔고 준비한 재료를 모두 올려 볶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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