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산책] 서울 대방동 공군회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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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관련 시설이라고 하면 딱딱하거나 둔중한 모습을 연상하게 된다. 그러나 서울 대방로 옛 공군회관 자리에 새로 들어선 날렵한 공군회관을 보면 이런 선입관이 모두 사라진다. 주변의 고만고만한 사각형 무미건조한 빌딩들과 크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우선 건물이 길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서 있어 보행자들이 공군회관 앞을 지날 때 잠시 넓어진 광장을 맛볼 수 있다. 다이내믹한 형태의 유리 건물은 주변 경관을 더욱 시원하게 틔워 준다.

특히 밤에 유리 전면을 통해 비치는 조명은 대방로에 색다른 야경을 선물하면서 건물로 사람을 유인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밤에 이곳을 지나는 기분은 거의 환상적이다. '별빛 광장'으로 이름붙여진 건물 앞 광장 바닥에 공군의 상징으로 설치한 별빛 조명 덕분이다. 광장 전체에 별이 뿌려져 솟아오르는 분위기다.

설계를 담당한 원양건축사사무소 이종찬 소장은 "공군의 상징성을 활공(gliding)과 날개의 이미지로 잡고 이를 건물 디자인의 모티브로 삼았다"고 말했다.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조망과 역동성, 기류의 형상 등을 가벼우면서도 강한 이미지로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양쪽으로 날개를 펼친 이미지는 평면과 입면 모두에서 되풀이해 반영되고 있다. 건물의 재료도 알루미늄 지붕 패널과 유리 및 알루미늄 시트를 선택해 비행기의 이미지와 닮도록 만들었다.

건물 규모는 지하 2층.지상 7층.연면적 4천5백여평으로 주변 건물들에 비해 낮은 용적률(1백13.8%)과 건폐율(35.5%)을 가졌다. 지나치게 밀집한 도시 환경에서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 공공성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도로에서 광장 부분을 지나 건물로 들어서면 건물 지붕까지 수직 높이로 트인 아트리움 공간이 외부에서의 시원한 이미지를 지속시켜 준다. 아트리움을 중심으로는 개방적 기능인 예식장.연수시설.국제세미나장 등 행사 관련 기능들이 배치됐다.

이소장은 "예식장의 평면.입면 계획에서 여성과 남성의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직선과 곡선을 대비시키는 등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예식부는 공군회관이 오랫동안 담당해 오던 기능이다.

한편 서울에 다니러 온 공군들의 숙소 역할을 하는 숙소동은 소음.조망 등을 고려해 뒤쪽에 배치돼 기능의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다. 숙소동에는 1~2인실 25실이 배치됐다.

램프를 통해 올라가는 2층의 옥상 정원 갤러리는 예식 및 연회동과 뒤쪽 숙소동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는 동시에 휴식공간으로 기능한다. 3개의 벽체는 공군 홍보물 전시 등 전시공간으로도 이용된다.

맨 위층인 7층에 위치한 공군스카이라운지는 트인 유리 전면을 통해 주변 경관이 시원하게 내다보여 주변 주민들과 공군회관 이용자들의 만남의 장소로 이용된다. 이곳에 이어진 작은 옥상 정원은 스카이라운지의 마당 역할을 하면서 건물에 재미를 더해준다. 지하로 연결되는 부분에 만들어진 선큰 가든(지하층 일부가 노출된 정원)에는 대나무가 심어진 휴게공간이 만들어져 건물 곳곳에 작은 공원이 자리잡은 모습이다.

군 관련 시설이지만 독특한 형태의 상징성을 가진 만남과 예식의 공간을 제공하면서 시민들에게 다가서는 모습이 새롭게 정립되고 있는 군사문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는 건물이다.

신혜경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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