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난 속 개방꿈 부푼 「특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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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북한이 나진·선봉지구를 경제특구로 개발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일본의 니가타(신석)신문 최근호는 북한의 경제특구 예정지와 청진등 북부 3개항에 관한 르포기사를 실었다. 외국인기자로 첫 취재에 나선 니가타신문의 모리자와(삼택진리)기자의 르포를 간추려 소개한다.
북한·중국·소련 3국경에 걸친 두만강델타는 황금의 삼각주로 불린다. 소련 나홋카·중국 연길, 북한 청진을 연결한 지역이 대삼각주, 소련 포시예트, 중국 혼춘, 북한 나진이 소삼각주.
냉전구조의 붕괴속에서 한국·일본의 참가도 제창되고 있어 주목된다.
북한이 경제특구 개설을 일본측에 표명한 것은 9월말이었다. 10월에는 평양에서 UNDP(유엔개발계획) 국제회의가 열려 두만강개발의 국제법·자금문제등을 다룰 개발계획위원회 설치가 결정됐다.
최근 평양에서 회견한 김정우 대외경제사업위원회 부위원장은 『경제개발은 우리나라의 우선적 과제』라고 강조하고 『다른 나라의 특구보다 유리한 경제무역지대를 만든다』고 밝혀 동북아지역의 경제개발 경쟁에 본격적으로 참가할 결의를 보였다.
나진·선봉지구의 경제무역지대 구상의 대상은 6백21평방km. 서방측 자본과의 합작으로 현대적인 중공업·경공업등의 수출가공구를 만든다는 것.
이번에 일본기자를 이 지역에 들어가게 하는데 대해선 북한정부내에서도 격렬한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청진항의 아침은 확성기에서 흐르는 음악으로 시작된다. 항만으로 출근하는 노동자의 머리위로 울려퍼지는 것은 『휘파람』등 유행가.
청진항은 동항·서항으로 나누어져 있고 연간 하역능력은 8백만t인데 실제 취급량은 3백만∼3백50만t정도. 북한에는 7개의 무역항이 있으며 화물 취급량은 청진 3위, 나진 4위.
철도가 남양을 거쳐 중국 길림생으로 이어진다.
정지룡 청진항장(68)에 따르면 중국 동북부로부터 철도나 트럭으로 연간 약 15만t의 곡물이 운반되어 일본이나 홍콩으로 수출되고 있다.
화차와 창고부족, 북한·중국의 연결지체등으로 월 다섯차례 왕복하던 수송이 요즘 2∼3 차례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
『중국에서 더많은 양의 옥수수를 보내고 싶다는 요청도 있다. 중국 동북부에서 청진까지는 대연으로 가는 거리의 절반. 항만과 철도능력을 높이면 본격적인 중계항이 될것』이라고 정항장은 설명했다.
청진에서 60km 북동의 나진은 소련으로부터 연간 1백만t, 동해에서 서해로 50만t의 화물을 중계한다.(연간하역능력은 3백만t).
나진항의 수심은 약 10m, 접안 길이는 약 2.5km이고 철도는 14.1km이다(수심6∼11m, 접안길이 1.1km, 연간 하역능력 2백80만t인 군산항규모).
나진항 관계자에 따르면 겨울철에 극동항구가 얼어붙는 소련에서 석탄이나 칼리비료·수산물이 두만강을 넘어 철도수송되어 일본이나 동남아로 간다. 거꾸로 일본등으로부터는 은관이나 잡화가 소련으로 보내진다.
두항을 보고 느낀 점은 설비노후화가 상당하다는 것. 두항 모두 컨테이너설비 신설을 포함한 항만정비로 3천만t으로 취급능력을 높이는 계획이 잡혀 있으며 컨테이너버스등이 없다.
운반된 석탄과 광석이 항구에 야적돼 있으며 구형 크레인이나 사람이 이를 나르는 형편이다.
그러나 노동자는 대단히 근면하며 광물종류도 풍부하다.
실무담당자들이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뒤떨어져있다』고 솔직히 말하면서 『무엇이든지 의견을 듣고싶다』는 자세를 보여 놀랐다.
우선 항만의 철저한 조사와 전문가에 의한 검토, 정보교환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소련화물의 중계항 나진에서 위로 북상해 선봉(구 웅기)으로 향했다. 구불구불한 비포장도로를 달려 30∼40분.
넓은 평지에 은빛 공장지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선봉 원유가공공장에서는 붉은 연기가 내뿜어지고 있었다.
선봉에 대규모 원유가공공장이 있다는게 서방측에 알려진 것은 최근의 일. 담당자는 『처리능력은 연간 2백50만∼3백50만t이고 원유수입항인 선봉항과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유영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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