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WEFA 제라르 빌라회장(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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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국경제 불안 정치입김 때문”/여론 영합은 위험/기업에 맡겨줘야
『한국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정책이 정치에 종속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경련산하 한국경제연구원과의 공동 세미나를 위해 내한한 제라르 빌라 미국 와튼계량경제연구소(WEFA) 회장은 한국의 경제상황에 대해 민주화 이후 더 심해진 「경제의 정치화」를 우선 우려했다.
여론에 영합한 경제정책을 펴는 것은 위험한 일이며 민간부문이 보다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한국 경제는 요즘 수출경쟁력의 약화와 과다한 국제수지적자,물가불안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제가 어디 있다고 보나.
▲외부 요인으로는 미국의 원화절상압력,내부요인으로는 건설경기의 과열때문이다. 환율이 수출에 불리하게 된데다 임금이 급속히 오르고 불행하게도 최근 1,2년새 세계경기도 좋지 않았다.
­한국경제가 앞으로 성장의 둔화가 아닌 서구적 침체를 맞게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경제규모가 일정수준 이상으로 커지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국경제는 충분히 커졌다.
그러나 90년대 중반쯤으로 예상되는 그러한 침체 현상은 한국 정부가 현재와 같은 과열경기를 그대로 방치했을때를 전제로 한 것이다.
95·96년께 세계경기는 다시 위축될 전망이고 그렇게되면 임금 등이 크게 오른 한국 경제는 경상수지적자폭이 커지고 결국 불황에 빠진다는 것이다.
­올해 한국의 수출부진은 미국의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는데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 경기는 회복되고 있는 것인가.
▲이미 7개월전부터 회복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대미 수출이 늘고 있다는게 그 예다. 현재 물가상승도 둔화추세고 유가도 안정될 전망이다. 이러한 요인들이 구매회복으로 이어져 경기를 부추길 것으로 본다.
­경제예측이 실제와 많은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예측활동 자체에 대한 회의도 있다.
▲경제활동에 필요한 결정을 내리려면 예측이 필요하며 많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경제예측은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
70년대 중반이후 기술진보와 통신발달,국제관계등 새로운 변수가 예측을 보다 힘들게 하고 있음은 사실이다.
빌라 회장은 벨기에 출신의 경제학 박사로 WEFA가 87년 체이스계량경제학회와 통합된 이후 회장을 맡고 있다.<박신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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