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진주' 캐내는 K - 리그 '기적의 사나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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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프로축구 시민구단인 인천 유나이티드를 창단 3년 만에 흑자로 만든 안종복(54.사진) 단장이 한국 프로축구 23년 사상 최초로 축구선수 출신 사장이 됐다. ㈜인천시민프로축구단은 지난 주말 열린 정기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안 단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추대했다. 2004년 인천구단 창단을 주도하고 초대 단장을 맡았던 안 씨는 3년 만에 구단 경영을 총괄하는 수장의 자리에 올랐다. 프로야구에서는 삼성 라이온즈 감독에서 2004년 사장으로 발탁된 김응용 씨가 선수 출신 CEO로 활약중이다.

이사회를 주관한 안상수 구단주(인천시장)는 "안 단장은 탁월한 전문성과 추진력으로 흑자 경영을 이룬 인물이다. 2009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는 입장에서 축구인 출신 경영인이 구단을 이끄는 게 좋을 것 같다"며 그를 추천했다.

인천 유나이티드 주석범 이사(GM 대우 상무)는 "안 사장은 축구선수 출신으로 선수들의 심리를 정확히 파악해 최고의 능력을 이끌어내는 수완이 있다"며 "축구 행정과 경영을 해봤던 그를 단장으로 영입한 게 인천으로서는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안 사장은 "한국 프로 스포츠는 만성 적자라는 인식을 바꾸고 시민 주주들에게 수익을 나눠주는 구단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인천 구단을 이끌면서 '기적'과 '신화'를 창조해왔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창단 2년째인 2005년 프로축구 K-리그 전.후기 통합 1위를 차지했고, 지난해는 프로축구단 사상 처음으로 5억 원의 흑자를 냈다. GM대우.SK건설 등 굵직한 기업을 스폰서로 유치하고, 무명 선수를 키워 비싸게 파는 '선수 마케팅'이 흑자의 비결이었다. <본지 2006년 12월 31일자 1, 3면>

경신고-고려대에서 수비수로 뛰었던 안 사장은 1979년 대우에 입사, 대우 로얄즈(부산 아이파크 전신) 사무국장-부단장-단장을 거치며 대우를 80~90년대 최강 팀으로 이끌었다. 그는 안정환을 발굴해 프로축구 히트상품으로 키웠고, 국내 선수로는 처음으로 그를 이탈리아 프로리그에 진출시키기도 했다. 88년부터 5년 간 대한축구협회 기획관리실장을 역임했고, 지난해부터는 프로축구 단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안 사장은 "구단 수입 다변화를 위해 풋살(실내축구) 빌딩과 축구용품 매장을 운용할 계획이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골프연습장.퍼블릭 골프장 등을 갖춘 '종합스포츠 사업체'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고 복안을 밝혔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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