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 ? 인생여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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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1000원으로 인생 역전을 꿈꾼다'는 로또 광고가 빛이 바래고 있다. 판매 감소로 로또 1등 당첨금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2003년 평균 42억2900만원에 달했던 로또 1등 평균 당첨금이 2004년 30억3500만원, 올해는 16억9000만원까지 내려갔다. 최고 20억원을 받을 수 있는 팝콘복권 등 추첨식 복권에 당첨금 '1등' 자리를 내줄 판이다. 로또 1등 당첨금에서 약 33%의 세금을 떼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더 줄어든다.

로또 총 판매금액도 지난해 2조4715억원으로 2003년(3조8031억원)보다 35% 감소했다. 로또 판매인 수는 '로또 광풍'이 휩쓸던 2004년 8307명에서 지난해에는 7592명으로 줄었다. 반면 2003년 회당 평균 4명에 불과하던 1등 당첨자 수는 올해 평균 7.2명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국민은행 측은 "2004년 8월부터 게임당 판매 가격을 2000원에서 1000원으로 낮춘 영향이 컸다"며 "그래도 1등 당첨금의 감소 추이가 예상 외로 가파르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복권을 사도 계속 당첨되지 않자 구매의욕이 떨어지는 '로또 피로' 현상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양한 인터넷 복권이 등장하고 '주식 로또' 등 '유사품(?)'이 많아진 것도 로또 시장 위축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일부에선 판매금액은 줄어드는 데 1등 당첨자 수가 되레 늘어난 것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실제 지난해 9월 2일 196회차의 당첨 번호는 '35.36.37.41.44.45'로 선택하기 쉽지 않은 숫자들이었다. 그러나 1등은 15명이나 나왔고 그중 10명은 직접 번호를 적어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로또 관련 인터넷 게시판들에는 "이상하다"는 글이 꼬리를 물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로또 가격 인하로 1인당 구매 게임 수가 증가하면서 1등 당첨자도 늘어난 것"이라며 "무작위 추첨으로 당첨 번호를 정하기 때문에 1등 번호가 특정번호대에 몰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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