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빅3 경선' 흥행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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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김수한 경선준비위원장(오른쪽 둘째)이 1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그간 위원회의 활동 내용을 보고하고 있다. 강재섭 당 대표, 김형오 원내대표, 정형근 최고위원(오른쪽부터) 등 지도부는 이날 경준위의 활동 시한을 18일까지로 연장했다. [사진=조용철 기자]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 방법을 놓고 불거진 한나라당 예비 주자 간 힘겨루기가 당내 자중지란(自中之亂)의 위기를 부르고 있다.

한나라당은 12일 강재섭 대표 주재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으나 경선 시기와 방법을 확정 짓지 못했다. 대신 당 경선준비위원회(경준위)의 활동 시한을 18일까지 1주일 연장했다. 경준위가 활동을 종료하고 복수안을 올렸으나 최고위원회의가 결정하지 못하고 다시 경준위한테 공을 넘긴 것이다.

이렇게 되자 당 지도부의 경선 관리 능력에 대한 회의가 확산하고 있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측이 즉각 '경준위 불참'을 선언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구태 정당으로 되돌아가려 한다"고 당 지도부에 불만을 표시했다. 당 지도부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입김에 휘둘린다는 것이다.

대선 예비 주자 간의 대치가 격화되며 당은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다.

◆흔들리는 경선구도=경준위 불참 결정은 손 전 지사와 박종희 비서실장, 김성식 정무특보 등 핵심 측근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나왔다. 발표는 한나라당의 최고위원회의가 끝나는 직후로 미뤘지만, 회의 분위기는 "경준위에 더는 전할 말이 없다"로 단호했다고 한다.

손 전 지사의 경준위 불참은 현재로선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켜보겠다"며 당 지도부를 압박하는 수준이다. 문제는 경준위 불참이 경선 불참으로 이어지느냐는 것이다. 손 전 지사 측은 일단 "그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손 전 지사의 대리인이 빠진 경준위가 손 전 지사 측 주장인 '9월-40만 명 이상' 경선을 거부할 경우 '경선 불참'이 현실화될 것이란 얘기다.

손 전 지사가 경선에 불참하면 한나라당 경선 구도는 흔들린다. 당내 개혁.중도 세력을 표방하는 그가 빠진 한나라당 경선은 '보수 간의 경쟁'으로 비치며 이 전 서울시장-박 전 대표 경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박근혜 측 "이기기 위해 헌법도 고칠 텐가"=박 전 대표 측 분위기도 악화일로다. 박 전 대표 측은 경준위가 9월 경선안에 의견을 모아 가다 이 전 시장에게 유리하도록 7월 경선안을 막판에 중재안으로 끼워 넣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대표 측은 현행대로 6월 경선이나 그게 아닐 경우 9월 경선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이 (당선)되기 위해 (당원의 의사를 묻지 않고 당헌을 바꿔) 7월에 (경선을) 해야 한다는 것은 우스운 이야기다. 이기기 위해서라면 헌법도 마음대로 고칠 수 있다는 것과 같다"며 7월 경선을 주장하는 이 전 시장 측을 공개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모든 희생을 하며 당을 지킨 사람으로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명박 측 "경준위 연기는 지도부 직무유기"=그러나 이 전 시장 측의 박형준 의원은 "경선이 9월로 늦춰지면 후보 간 비방전만 확대돼 당의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며 조기 경선을 강조했다. 경준위 활동 시한을 연장하기로 결정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 전 시장 측의 반발이 거셌다. 이 전 시장의 측근인 이재오 최고위원은 "지난주 경준위 표결에서도 7월 이전에 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의견이 6 대 5로 더 많았다"며 "이미 결론을 내린 경준위에 다시 합의를 해 오라고 하는 것은 당 지도부가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구=채병건 기자<mfemc@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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