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와 안일을 털고 일어서자(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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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사치와 향락풍조가 만연된 가운데 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가 스스로 「하루 30분 더 일하기 운동」에 나선 일은 절실한 국가적 과제의 해결에 앞장선 것으로 평가되며 이 운동의 전국민적 확산을 기대한다.
이 시대 우리 사회의 병폐가 일부 몰지각한 졸부들의 행태에 국한된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국민 전반에 번져가는 망국적 현상인데 대해 우리는 여러차례 우려를 표명하고 변화를 촉구해 왔다.
특히 이런 잘못된 풍조가 근로자들의 성실한 근로의욕을 저상시키고,「먹고 마시는 놀자판」으로 유인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경제의 기초마저 흔들리는 지경에 와 있다.
임금이 높아지는데도 불구하고 저축은 감소하는 반면 소비는 늘고 있다. 일을 더 많이 해서 수입을 늘리려는 의욕보다는 소득이 제자리에 있더라도 더 많이 쉬고 놀고 싶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궂은 일,힘든 일을 피한다. 때문에 제조업에 종사하는 생산직 근로자들이 대거 서비스업이나 사무직으로 옮겨가는 추세를 보여 제조업체들은 심한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땀흘려 일하는 근로의 가치는 부정되고 그 보람은 실종돼 가고 있다. 그 결과 노동의 생산성은 떨어지고 생산제품의 불량률은 높아 간다. 수출에 비해 외국상품의 수입이 급격히 증가해 무역적자가 1백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국가경제가 위기상황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건전한 사회란 그 구성원의 성실성과 근면함에 의해 지탱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일을 기피하고 향락과 소비에만 몰두하면 경제의 하강과 몰락은 물론,사회 자체의 건전한 존립 마저도 결국 와해될 수 밖에 없다. 맹목적인 한탕주의 범죄와 패륜·패덕의 범죄가 범람하는 요즈음 타락한 세태의 원인도 바로 이런 건전한 근로의식의 퇴조와 향략풍조의 만연에 기인하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지난 30여년 동안 온 국민의 땀과 의지로 이룩한 국부를 하루아침에 탕진해 버릴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윤리와 기강이 무너지고,구성원인 국민들의 정신 마저도 황폐화할 이중의 위기에 우리는 서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안일과 나태를 떨치고 일어서야 한다. 냉엄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고 그들보다 한발짝이라도 앞서기 위해서도 그렇고,우리가 대대손손 몸담고 살아가야 할 이 사회의 윤리성과 안정의 회복을 위해서도 먹고 놀자 풍조는 배격돼야 한다.
일을 하는 것도 잘먹고 잘살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지 모른다. 옳은 생각이다. 그러나 미래의 불행과 몰락이 훤히 내다 보이는데 오늘만의 향략을 위해 얼마 되지도 않는 부를 탕진해 버리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는 아직 열심히 일해야 할 처지인 것이다. 나아가 일이란 벌이를 위한 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라는 진리도 깨달아야 하겠다.
근로의식은 구두선 같은 강조나 피킷을 휘두르는 캠페인만으로 회복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직장에서 열심히 일을 하면 가족의 건강과 생계가 보장되고,노후까지도 설계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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