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천 물속서 시체인양/수원 국교생 유괴범 자백

중앙일보

입력 1991.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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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목소리 같다” 제보로 검거/“장난감 사준다” 이군 꾀어/울자 살해… 가방담아 수장/“노름빚·사업자금 마련 범행”
【수원=이철희·정찬민기자】 지난달 29일 수원에서 유괴된 이득화군(8·파장국1)이 사건발생 13일만인 11일새벽 유괴현장에서 6㎞ 떨어진 수원시 평동 서호천 물속에서 목졸려 수장된 참혹한 시체로 발견됐다.
목소리가 같다는 시민제보에 따라 10일밤 경찰에 붙잡힌 유괴범 문승도씨(23·상업·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병점리 555)는 『사업부진·노름빚 등으로 돈이 필요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아이를 담을 대형가방을 범행전 준비했다』고 밝혀 미리 살해의도가 있었음을 드러냈다.
수원경찰서는 문씨로부터 범행일체를 자백받고 11일 새벽 이군의 시체를 인양하는 한편 문씨에 대해 미성년자 약취유인 및 살인·시체유기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납치·살해=문씨는 지난달 28일 포커판에서 3백50만원을 잃은뒤 노름빚·사업확장자금을 마련키 위해 유괴를 결심,29일 오후 수원시 매산동 가방가게에서 대형가방을 구입,자신의 경기 4보6913호 은색프라이드승용차에 싣고다니며 범행대상을 물색했다.
문씨는 29일 오후 6시30분쯤 정자동 주택가빈터에서 놀고있던 이군을 발견,『문방구를 가르쳐주면 장난감총을 사주겠다』고 꾀어 승용차에 태워 2.5㎞쯤 떨어진 완구점으로 데려가 장난감권총 1개를 사준뒤 집전화번호를 알아냈다.
범인은 자신의 집인 화성으로 가던 30일 오전 3시쯤 태안읍 병점리 1번국도 비상활주로 부근에 이르러 이군이 잠에서 깨어나 『집에 데려다 달라』고 울자 차를 세운뒤 손으로 목을 졸라 살해했다.
문씨는 이어 이군의 시체를 가방에 넣고 직경 20㎝·무게 10㎏의 돌을 함께 담은뒤 차를 몰고 4㎞쯤 떨어진 서호천 평동교로 가다리위에서 시체가 든 가방을 물속에 던지고 달아났다.
◇협박전화·도피=이군을 납치한후 2시간여만인 29일 오후 9시쯤 세류2동 권선주유소옆 공중전화에서 1차 전화를 걸어 『득화를 데리고 있다. 부모를 바꾸라』고 했으나 전화를 받은 이군의 고모 이명자씨(29)가 『부모가 없다』고 말하자 『여기는 대전이다. 1시간뒤 다시 걸겠다』며 끊었다.
문씨는 이어 이군을 살해하기 직전인 30일 오전 2시10분쯤 두번째 전화를 걸어 이군의 어머니 지귀순씨(32)에게 『1천만원을 준비해 온라인으로 입금하라』고 요구했다.
문씨는 유괴직전인 29일 오후 3시30분 제일은행 수원시 화서동지점에 정모씨이름으로 5천원을 입금시켜 구좌를 개설했으나 구좌번호를 이군집에 알리지 않았으며 이군을 살해한 뒤에는 일절 전화를 걸지않았다.
문씨는 30일밤 수원시내 여관에서 잠잔뒤 11월1일 낮 승용차를 몰고 대전친구집에 내려가 3일을 지냈으며 이후 수원·오산등지의 여관·만화가게·친구집 등을 전전하며 도피행각을 벌였다.
◇검거=유괴직후 이군집 전화에 녹음장치를 설치,범인의 목소리를 녹음한 경찰은 6일 공개수사이후 방송을 통해 알려진 문씨의 목소리를 알고있던 김모씨가 10일 오전 제보해옴에 따라 문씨를 추적했다.
문씨의 애인 이모양(25·유치원교사) 집근처에서 잠복중이던 수원경찰서 형사팀은 이날밤 외출하는 이양을 미행,오후 10시30분쯤 수원시 영화동 K다방에서 이양을 만나러온 문씨를 붙잡았다.
문씨는 처음 범행사실을 완강히 부인했으나 경찰이 문씨주머니에서 이군집 전화번호가 적힌 명함을 발견,추궁하자 범행을 자백했다.
◇시체인양=경찰은 11일 오전 7시쯤 서호천 다리밑을 수색,깊이 60㎝의 물속에 잠겨있던 폭 60㎝·길이 1m의 청색가방을 발견했다.
이군의 시체는 팔·다리를 오그린채 돌과 함께 떨어지면서 받은 충격으로 머리가 10㎝가량 찢겨 있었으며 가방속에는 피가 흥건히 괴어있었다.
◇범인주변=5형제중 3남인 문씨는 86년 수원N고교를 졸업하고 방위병으로 복무한뒤 4월부터 집에서 1천만원을 얻어 수원시내에서 한일통신이라는 카폰판매상을 해왔다.
큰형(29)은 교회전도사로 활동하는등 평범한 가정에서 성장했으며 성격은 내성적이나 고교때 성적은 중상위권을 유지해왔다.
◎범행전 이군 전혀몰라/살해후 돈받을 생각 포기/범인 일문일답
­범행동기는.
▲도박으로 6백만∼7백만원을 빚진뒤 사업자금을 마련키 위해 득화군을 유괴했다.
­공개수사후 자수할 의사가 있었나.
▲자수할 의사는 없었다. 고속도로에 승용차를 몰고나가 중앙선에 뛰어들어 죽고 싶었으나 실행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살해할 계획이었나.
▲득화군이 우는 바람에 겁이나 눈을 감고 목졸라 죽였다. 처음부터 죽일마음은 없었다.
­단 두차례 협박전화만 하고 연락을 끊은 이유는.
▲득화군을 죽이고 난뒤 돈 받을 생각을 포기했으며 더이상 연락하면 잡힐 것 같아 연락을 끊고 달아났었다.
­득화군을 알고 있었나.
▲몰랐다. 유괴할 대상을 찾기위해 승용차를 몰고 수원시내를 배회하던중 우연히 득화군이 눈에 띄어 유괴했다.
­지금 심정은.
▲마음이 홀가분하다. 죽고 싶은 심정이다. 득화군 부모에게 죄송하며 만약 살아날 수 있다면 죽을때까지 득화군을 대신해 부모에게 좋은 일을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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