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부부들 '침실 따로'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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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사는 주부 라나 페퍼(60)는 최근 아파트를 개조해 큰 침실을 두 개 만들었다. 남편 때문에 오랫동안 잠을 설쳐왔다는 것이 이유였다. 페퍼는 "남편이 코를 골거나 이불을 발로 차기 때문에 귀마개도 하고 이불도 따로 썼지만 소용없었다"며 "다음날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잠자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부가 한방에서 자는 모습이 미국에서 차츰 사라지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11일 보도했다. 결혼 생활에 문제가 없는데도 침실을 따로 만들어 쓰는 부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오전 5시30분에 일어나 운동을 가거나 자정 넘어서까지 e-메일을 보내는 배우자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미 주택업협회(NAHB)에 따르면 건축업계에서는 2015년까지 개인 주택의 60% 이상이 큰 침실을 두 개씩 갖추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미 요즘 신축 주택의 4분의1 이상은 그렇게 만들고 있다. 건축업자 존 미드비는 최근 270가구 중 4분의 1에 큰 침실을 두 개씩 만들었다. 건축가 크리스틴 스콧도 입주 예정자의 3분의 1로부터 비용이 들더라도 별도 침실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건축업자 캐럴 월은 "3, 4년 전부터 코 고는 배우자가 갈 수 있는 작은 방을 만들었는데 요즘은 똑같은 두 개의 침실을 만들어 달라는 부부가 상당수"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런 부부들도 주변에서 결혼생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까봐 우려한다. 이들은 시부모가 방문하거나 대학에 진학한 아이들이 집에 오면 또 다른 침실에 대해 "여유분으로 만든 방일 뿐"이라고 변명한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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