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수출도 '샌드위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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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장에서 한국 상품이 중국.일본에 치여 '샌드위치 딜레마'에 빠졌다. 저가 상품을 내세운 중국 등 후발국과 기술력을 앞세운 일본 사이에 끼어 미국에서의 한국 상품 시장 점유율이 해마다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KOTRA는 11일 '대미 수출 부진 원인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활용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샌드위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 정책과 기업활동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떨어지는 미국 시장 점유율과 수출 증가율=KOTRA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수출은 2005년 5.2% 감소해 미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20대 국가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했다. 지난해에도 4.7% 증가에 그쳤다. 중국(18.2%).일본(7.2%) 등에 비해 크게 뒤진 증가율이다. 미국 시장에서 한국 제품이 차지하는 비율도 1989년 4.2%를 정점으로 ▶2001년 3.1% ▶2005년 2.6% ▶지난해 2.5% 등으로 해마다 줄었다. 특히 그동안 주요 수출 품목이었던 전기기계.의류.철강제품 등의 지난해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00년에 비해 약 2%포인트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대미 수출 10대 품목 중 의류.고무 제품 등 8개 품목이 90년대 이후 중국에 추월당했다.

품목별 2006년 미국 시장 점유율을 보면 운송기계(한국 5.0%, 일본 26.8%) 등 2개 품목은 일본에, 전기.기계(한국 5.5%, 중국 28.3%) 등 7개 품목은 중국에 밀려 한국 상품이 맥을 못 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 대한 수출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후발국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면서도 미국 시장의 수요에 맞는 제품 개발과 마케팅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를 반영하듯 KOTRA가 올 1월 미국 내 상품 수입회사 143개사와 현지 진출 한국 기업 142개사 등 285개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의 수출경쟁력은 일본과 중국에 뒤진 것으로 평가됐다. 제조원가는 중국에, 브랜드 인지도.기술력.품질 등에서는 일본에 뒤진다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바이어들은 서비스업을 제외한 섬유.기계.식품 등 전 산업에서 중국의 경쟁력이 한국보다 앞선다는 의견을 냈다. 이들은 환율 하락과 고유가가 한국의 수출경쟁력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장 현실적인 극복 방안은 한.미 FTA 체결=KOTRA는 한.미 FTA를 체결하는 것이 '샌드위치 딜레마'에서 벗어나 한국 상품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KOTRA 통상전략팀 임성주 과장은 "한.미 FTA가 타결되면 미국 내 한국 상품가격이 하락해 가격경쟁력이 살아나고 비관세장벽이 완화돼 한국 기업이 미국 기업들과의 업무 제휴를 통해 미국 시장에 활발하게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KOTRA는 또 전략적 제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국 시장 구조에 맞춰 비즈니스 파트너를 발굴하고 미국 소비자 성향에 맞는 마케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에서 서비스 산업의 성장은 대형 마트가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내수 시장을 파고들기 위해서는 이들과 제휴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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