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인가 사고인가/실종 여 아나운서/TBS 김은정씨 50일째 감감

중앙일보

입력 1991.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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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추석 전날밤에 백만원 갖고 외출/잠적·생사여부 수사도 진전없어
교통방송국(TBS) 여자 아나운서 김은정씨(35)가 9일로 실종된지 50일째를 맞았으나 생사확인조차 막연한채 수사가 원점을 맴돌고 있다.
당초 정신적 압박 등으로 인한 일시적 도피행각쯤으로 여겨졌던 김씨의 증발은 시간이 흐를수록 범죄와 연계된 납치·실종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김씨는 추석 전날인 9월21일 오후 9시쯤 서울 창천동 자취집에서 50여m쯤 떨어진 친척 최모씨(59) 집에서 저녁식사를 마친뒤 종적이 끊겼다.
경찰은 김씨의 실종직후부터 ▲치정관계 은신 ▲교통사고·강도살인 ▲납치 인신매매 ▲자진도피 은둔 등 네갈래 방향으로 수사하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김씨는 사고 당일 시내 모병원에 입원중인 친구의 병문안을 가기로 돼있었으며 식사뒤 자신의 집에 들러 1백여만원이 든 핸드백과 점퍼를 갖고 외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의사집안의 1남5녀중 둘째인 김씨는 1m55㎝의 작은체구에 단발머리를 하고있으며 외출 당시 진한 쑥색바탕에 꽃무늬 블라우스와 쑥색바지를 입고있었다.
우선 경찰이 김씨의 자발적인 증발가능성을 높게 본 것은 ▲직장문제 ▲삶의 회의 등에서 찾고있다.
84년부터 5년여동안 KBS 라디오의 리포터로 일해오다 89년 11월 TBS의 개국과 함께 자리를 잡은 김씨는 올 4월15일 프로개편때까지 비교적 비중있는 프로를 맡아왔었다.
그러나 김씨는 오전 8시부터 11시까지 2시간동안 「교통시대」의 공동MC를 맡아오다 개편으로 정규프로 없이 단막뉴스만 간헐적으로 맡게됐다는 것.
직장동료들에 따르면 방송인으로서 큰 자부심을 갖고 있던 김씨가 이때부터 『후배들 보기 부끄럽다』『창피해서 죽겠다』는 말을 자주해온 점으로 미뤄 프로개편에 따른 정신적 압박으로 잠적했을 가능성도 없지않다.
김씨가 남긴 메모에 삶을 회의하는 대목이 유난히 많았던 점도 잠적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지난달 10일부터 전단 10여만장을 전국에 배포하는 등 공개수사에 나선 경찰은 그동안 두갈래 가능성에 대해 집중수사를 펼쳤으나 전혀 단서를 찾지못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교통사고 뺑소니나 강도에 의해 살해된뒤 유기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수사방향을 전환했다.<고대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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