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화벌이 지도원 귀순/“식량 백50만t부족 칼날위에선 상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소 출장중 현지이탈
북한노동당 산하 백두산건축연구원의 외화벌이담당 책임지도원이었던 김용씨(33·평양시 모란봉구역 서흥동 48반17층4호)가 소련 사할린출장중 지난달 5일 현지를 이탈,제3국을 경유해 17일 귀순해왔다고 국가안전기획부가 7일 발표했다.
김씨는 이날 앰배서더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귀순동기에 대해 『김정일의 친필지시 사업인 가구전시회에 내놓을 각종 가구를 구입하기 위해 사할린으로 출장을 갔으나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고민하던 중 현지에서 만난 남한의 영화촬영진으로부터 남한의 실상을 알게돼 탈출을 결심하게됐다』고 밝혔다.
김씨는 북한내 반체제 움직임과 관련,『89년 노동당 입구 근처의 창광거리,낙원영화관출입구에 주체사상을 비판하는 수십장의 전단이 살포됐다』고 말하고 『90년 가을에는 강계시 북문 식량공급소에 길이 1m,폭60㎝로 「쌀을 제때 안주어 인민은 신음한다」는 내용의 벽보가 내걸리기도 했었다』고 폭로했다.
김씨는 식량사정에 대해 금년도에 1백50만t이 부족한 실정이라면서 『이를 타개하기위해 대성총국등 4개 무역회사별로 구입량을 할당했으나 대체물자가 없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북한에 노모·아내·아들1명을 두고있다.
다음은 7일 기자회견을 가진 귀순자 김씨와의 일문일답 내용.
­사할린에서 남한 영화촬영진과의 접촉경위는.
『북한에서는 영화촬영을 할때 배우의 따귀를 때려 실제로 눈물이 나도록 한후 촬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명자 아끼꼬 쏘냐」라는 영화촬영차 남한에서 온 영화인들의 촬영현장에 가보니 낭만적이고 열정적이어서 접근했더니 허물없이 잘 대해주었다.』
­식량사정은 어떠한가.
『말 그대로 칼날 위에 선 상황이다.』<안희창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