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꿈나무] "똑같은 삶 싫어" 등교 거부 … 그렇게 크는 거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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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바다의 풍경 1, 2

하이타니 켄지로 지음, 햇살과 나무꾼 옮김, 양철북

각권 304~320쪽, 각권 8700원, 초등 고학년 이상

무척이나 '하이타니 겐지로'스러운 작품이다. 국내에 이미 소개된 그의 저서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태양의 아이' 등에서처럼 학교와 사회, 자연과 생명, 가족과 이웃 등을 비판적인 시각에서, 그래도 따뜻하게 담았다. 적지 않은 분량인데도 아껴가며 읽고 싶게 만드는 짜임새 역시 그의 이름값을 한다.

이야기의 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축은 주인공 소년 소키치가 돌아가신 아버지의 삶을 되짚는 과정이다. 누구보다 섬을 사랑하고 어부를 천직으로 알던 아버지가 섬의 자연을 파괴하는 송전탑 건설에 동참한 이유가 석연치 않았기 때문이다. 자료를 모으고, 증인을 만나고. 마침내 조금이라도 자연 그대로 섬을 지키려 했던 아버지의 진심을 알아낸다.

또다른 축은 소키치의 학교 이야기다. 고3 교실. 아이들은 더이상 고분고분하지 않다. 학생이 예습을 안 해왔다며 야단치는 교사를 때린 사건이 발생했다. 농사꾼의 아들인 학생에게 교사가 "그렇게 게으름을 부리면 농사꾼밖에 될 수 없다"고 해서다. 사건 이후 교사들과 학생들 사이에 대화의 시간이 마련됐다. "우리는 선생님한테 맞고 피가 나도 침 몇번 퉤퉤 내뱉으면 끝인데, 선생님한테 그런 일이 생기니까 이렇게 문제가 커지네요. 학생들의 인권과 선생님의 인권은 다른 것인가요?" 당차지만 출발에 불과하다. "기왕이면 그렇게 게을러서야 어떻게 훌륭한 농사꾼이 될 수 있겠냐고 야단쳐 줬으면 좋겠다"는 말이나 "선생님은 농부들을 모욕한 것"이란 주장도 '깊이가 만만찮군'하고 감탄하기엔 이르다. "난 말야, 선생님이 정직하다고 생각해. 공부 못하면 경쟁에 뒤처져 농사꾼밖에 될 수 없는 건 우리 현실 아닐까?"

에피소드 하나에 생각할 거리가 그야말로 '두두둑' 떨어진다.

마지막 축은 소키치의 성장통이다. 소키치는 현재 등교거부 중. 자신의 삶을 계획하기 위해서란다. "자기가 가진 걸 지키고만 있는 사람한테는 매력을 못 느낀다"며 호기도 부릴 나이. 하지만 "그건 위험한 생각이야. 가진 것을 지키는 데 훨씬 더 큰 용기가 필요한 경우도 있으니까"란 충고에 "그런가요?"라고 물러설 여지도 생길 나이니, 생각이 복잡한 건 당연하다. 비슷한 성장통을 앓고 있는 여자친구와의 사랑과 우정도 그맘때 겪음직한 통과의례다.

책장을 덮고 난 뒤 여운이 진하다. 등장인물들의 진지한 고민과 성찰을 뒤따라만 갔는데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한결 폭넓어진 느낌이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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