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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웨딩드레스 하면 흰색 ? 고대엔 빨간색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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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색채의 마력

하마모토 다카시.이토 마사히로 엮고 씀, 이동민 옮김, 아트북스, 279쪽, 1만2000원

순결한 신부를 상징하는 새하얀 웨딩드레스. 유구한 역사를 지녔을 법한 이 흰색의 전통은 기껏해야 18세기 후반 유럽에서 시작해 19세기에 정착됐을 뿐이란다. 고대 로마시대부터 빨간 웨딩드레스가 선호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흰색일까. 지은이는 근대에 들어 자유연애가 성행하자 이전까지는 당연시되었던 순결을 강조해야할 필요성이 생겨 처녀를 상징하는 흰색이 부각되었으리라고 주장한다.

유대인에게 노란 별을 달게 한 것은 나치가 원조는 아니란다. 이미 중세 신성로마제국에서 유대인은 노란 모자를 써야 한다는 법령이 있었다는 것이다. 노란색은 유다.매춘부.이단자 등을 상징하는 부정적인 의미로 통했다. 그러나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인기를 끌면서 주인공이 입었던 파란 연미복과 노란 반바지도 유행했다. 노란색에 대한 금기가 풀리기 시작한 것이다.

모든 대중에게, 특히 남성에게 사랑받는 파란색도 처음엔 부정적인 이미지였다. 켈트족.게르만족을 상징하는 '야만'의 색깔이던 파랑은 12세기 이후 성모마리아의 나타내는 색으로 쓰이면서 상류층의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염색 기술이 발달해 고급스러운 파랑을 뽑아내게된 것도 파란색의 지위에 큰 영향을 미쳤단다. 마녀의 상징색이던 검정은 18세기 후반에 '실루엣 초상화'가 유행하면서 상류층에게 사랑받았다.

지은이는 이렇게 색깔의 문화사를 개괄한다. 색깔에 대한 이미지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지금은 '순결'을 상징하는 흰색이 100년 뒤쯤엔 '타락'을 상징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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