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정보' 갖춘 과학방송 미래 세대 잠재력 키울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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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6면

과학방송 설립을 말하면 당장 몇가지 질문에 맞닥뜨리게 된다. 큰 돈을 들여서 방송국을 차리려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이 그 첫번째다. 외국의 사례로 미루어 보면 대체로 과학방송은 방송사 설립이 아닌 채널 임대로 이뤄진다.

출판사가 인쇄소를 소유하지 않듯이, 과학방송은 제작 부서를 갖지 않는다. 방송의 전체 구성을 기획한 후, 과학.기술과 관련된 방송 내용을 구매하고 편성하는 채널 기능만 담당한다. 이 같은 형태를 두고 '출판형 방송'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추진 중인 과학방송도 출판형 방송에 가까운 형태로 만들면 되지 않나 라고 첫번째 질문에 답해 본다.

두번째는 과학.기술 내용이 난해하기 때문에 과학방송이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이다. 이는 과학.기술과 일상을 연결짓는 작업으로 해소할 수 있다. 일상 안에서 과학.기술은 어떤 힘을 발휘하고 있는지, 그것을 안다는 것이 얼마나 유용한지를 보여줄 수 있다면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설립될 과학방송은 생활 속 과학.기술을 보여주는 데 역점을 둘 필요가 있다.

세번째는 재미있는 과학적 내용을 방송에 적합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과연 우리가 지니고 있는가 라는 질문이다. 처음에는 외국의 방송 내용들을 많이 수입하리라 짐작된다. 그러나 점차 국내 방송 제작사들도 과학방송의 탄생을 기화로 과학.기술 프로그램 제작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양적인 증가는 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흥미를 유발하는 내용들도 많이 제작되리라 본다. 더 나아가 일반 방송사에도 과학.기술 내용을 제작하는 붐이 일어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빈번한 질문이 과학방송이 갖는 사회적 효능에 대한 것이다. 과학방송 설립으로 현재 침체에 빠진 과학 기술문화가 진작되고, 사회 전반에 과학 기술을 중시하는 인식이 증대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확언하긴 힘들지만 상당한 변화를 가져오리라 믿는다. 어린 세대들에게 매체인 방송을 통해 과학.기술적 내용이 전달된다면 그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커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을 둘러싼 쟁점들을 토론할 수 있는 포럼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면 사회적 득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단기적 효과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인 포석으로 과학방송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과학 방송이 과학과 관련된 난제들을 해결해 줄 만능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과학기술과 일반 대중간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한다면 과학 방송의 성가는 더욱 높게 나타날 것이다.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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