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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직업 이런 여성(14)굴삭기 운전기사 박성자씨|"중장비운전 여성들도 해볼만"|섬세함이 안전도 높여…일할때면 신바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인천의 새벽 바다바람은 차다. 그것도 아직 사람들이 단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오전4시30분쯤이고 보면 몸이 더욱 움추러들게 만든다.
그러나 『신바람나는 일자리가 있고 나에게 맡겨진 일들이 있기에 늦가을 새벽바닷가 한기마저 훈훈하게만 느껴진다』는 다부진 체격의 박성자씨 (37·여·인천시계산3동 삼보아파트·(주)한양교육사원). 박씨의 일터는 신도시 건설이 한창 진행중인 경기도성남시 분당신도시아파트 공사 일반현장이다.
박씨는 그곳에서 남성동료들과 어울려 아직까지 남성들의 전유물로만 인식돼왔던 중장비 운전기사로 땀을 흘리고 있다.
집에서 일터까지는 시내버스·전철·통근버스를 3번이나 갈아타며 2시간이상이나 걸리는 거리다.
아침7시에 시작되는 조회시각에 맞추려면 오전4시30분에는 집을 나서야한다.
『일하는데 어려움은 느낄수가 없어요. 뿐만 아니라 태어나 처음 갖는 직장이어서 그런지 그렇게 신이 날수가 없습니다.』작업복차림의 박씨는 햇볕에 그을고 중장비 소음속에 얘기를 주고받느라 큰소리를 많이 내서 그런지 목소리가 남자를 방불케 할정도다.
이민섭씨(41·사업)와 80년5월 결혼, 12살과 9살난 딸을 둔 주부 박씨가 중장비기사에 관심을 갖게 된것은 분당신도시 건설바람이 한창이던 지난해부터.
결혼후 줄곧 성남시에서 전세방을 전전했던 박씨는 남편 이씨의 사업이 순조로워 87년 인천의 17평짜리 아파트를 사서 이사갔고 지금 살고있는 23평아파트로 옮긴것은 88년이었다.
원래 활달한 성격이었다는 박씨는 비교적 생활의 여유도 생기고 아이들도 어느정도 자랐기 때문에 일거리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어느날 저녁 TV를 보다 중장비쪽의 기능인력난이 심각해져 업체에서는 여성인력 활용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 것.
이렇게 해서 (주)한양의 기능훈련원 제 1기생으로 지난2월 입사, 3개월간의 교육을 받고 6월에 중장비(굴삭기) 2급자격시험에도 통과했다. 그렇게하여 박씨는 7월4일, 한양의 분당아파트건설 일반현장에 교육사원으로 배치 받아 굴삭기 조종간을 잡은 첫 여성사원이 되는 영광을 맛보게 됐다.
『아직은 조종간을 잡은 팔과 어깨에 무척 힘이 들어가고 서툴기 짝이 없어요. 그렇지만 머지않아 잘할수 있을것 같습니다. 제꿈은 이 분야의 일인자가 되는 것이거든요.』 현재 한양의 분당현장에는 타워크레인 기사 5명과 박씨등 6명의 여자중장비기사가 있다.
박씨의 한달 수입은 기본급·수당등을 포함해 50만∼60만원. 교육사원으로 임용된 지난 7월부터 9월까지는 30만∼40만원이었다.
박씨는 내년초가 되면 정식사원으로 임용되는데 수습3개월을 거치면 정사원이 되고 임금도 월70만∼80만원 수준을 받게된다.
(주)한양 관계자는 『현재 이 회사에만도 30명정도의 여성 중장비기사가 있다. 아직 일한 기간이 짧아 숙련도가 떨어지지만 고도의 안전성이 요구되는 업무성격상 여자에게 권하고 싶다』고 밝혔다.
중장비 자격증을 따려면 큰 회사의 기능훈련원을 통하거나 시중의 학원에서 강의와 실기를 교육받을수있다. 교육기간은 보통 3개월이며 일반학원의 수강료는 실습비등을 포함해 1백만원쯤 들어간다.
『각종 건설공사가 활발한 만큼 중장비기사의 취업전망이 매우 좋아 생활의 짬이 있는 주부라면 도전해볼만한 일』이라는게 박씨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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