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아니면 예금 때 돈 받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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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아무리 외화라도 그렇지, 내 돈을 내 통장에 입금하는데 수수료라뇨?"(고객)

"외화 현찰은 은행 수익에 도움이 안 돼 어쩔 수 없습니다."(은행원)

외환 거래가 크게 늘면서 외화 송금, 외화 예금 때 물어야 하는 외환 수수료 때문에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외화를 우리나라 돈처럼 생각하는 고객들의 오해와 수수료 수입을 늘리려는 은행들의 이해가 맞서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고객은 '억울하고', 은행원은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수수료 징수 그때그때 달라요=권모(32.여)씨는 최근 미국의 친지에게서 1000달러를 송금받았다. 마침 해외여행을 떠나게 돼 원화 대신 달러 현찰로 1000달러를 출금했다. 그러나 권씨가 손에 쥔 돈은 외화 현찰 수수료를 제한 985달러뿐. 권씨는 "달러로 보낸 돈을 달러로 찾는데 왜 수수료를 내야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고객과의 가장 잦은 분쟁은 이 같은 외화 현찰 수수료를 둘러싼 마찰이다. 국내 은행에서는 해외에서 송금한 돈을 달러 등 현지 화폐로 찾을 때 1.5~3%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은행이 수수료를 받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원화로 돈을 찾을 때에는 실물 화폐를 구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거의 없지만 외국 통화의 경우 해외에서 실물 화폐를 들여올 때 항공료.보험료.인건비 등 부대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는 것이다. 대신 송금 받은 돈을 외화 현찰로 찾지 않고 외화 예금에 입금할 경우에는 수수료가 붙지 않는다.

외화 현찰을 예금할 때 내는 수수료도 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다. 미국 달러는 수수료를 물지 않지만 엔.유로화는 1.5%, 기타 통화는 3%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고객 입장에선 자기 돈을 자기 통장에 넣는 데 최고 3%의 수수료를 무는 게 억울하지만 은행의 입장은 또 다르다.송금받은 외환은 투자나 운용을 할 수 있지만 현찰은 투자를 못 하고 지점에 쌓아 둬야 한다. 은행엔 돈이 안 되는 무수익 자산이라는 것이다. 은행들이 수수료를 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국내 은행의 외환 수수료는 외국에 비해 싼 편"이라며 "주거래 은행을 통해 외환 거래를 많이 하는 식으로 외화 수수료도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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