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서 만난 첼시 주장 테리 "루니가 박지성 좋은 선수라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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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국제축구연맹(FIFA) 제3회 여자 국제심판 워크숍에 참석하기 위해 런던 개트윅 공항에서 포르투갈 파로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파로는 유럽인들, 특히 우울한 날씨와 친한 영국인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휴양지 중 하나이지요.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이륙 전까지 옆에 사람이 안 타더군요. 편하게 가니 좋겠다 생각했죠. 그때 눈앞에 어디선가 많이 보던 사람이 아기를 안고 서 있어 보니까 바로 존 테리(첼시.사진)였네요. 아스널과의 칼링컵 결승전에서 상대 선수와 충돌해 의식을 잃었었죠. 반갑게 인사를 하고(영국 사람들은 처음 봐도 항상 봐 왔던 것처럼 인사를 하죠) "부상 괜찮으냐"고 하니까 "훨씬 좋아졌다(much better)"고 하더군요. 3일 동안 휴가를 얻어 가족이랑 잠깐 쉬러 간다고요. 아들딸 쌍둥이들은 9개월이 되었다고 했고요.

테리가 자리에 앉기 무섭게 항공사 직원들이 종이를 가지고 사인 부탁을 하더군요. 정말 친절하게 성심성의껏 사인을 해 주는 것을 보고 다소 놀랐습니다. '팬이 있기에 내가 있다' 뭐 이러한 기본 원리를 몸소 보여주는 것 같았거든요. 비행기에서 내려 팬들과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사진 찍는 것을 보면서 저의 잉글랜드 축구 선수들에 대한 편견(다소 거만하고 외부인과 접촉을 안 할 듯한)이 완전히 무너졌죠.

나름대로 통신원 정신을 발휘(?)해 게임과 크로스퍼즐(단어 찾기)로 시간을 보내던 테리와 짬짬이 비행하는 3시간 동안 얘기한 내용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심판은 누구인가(제가 심판 보러 포르투갈에 간다는 얘기를 한 상황).

"솔직히, 없다! 하하(예상했던 대로). 하지만 내가 정말 편하게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심판은 6~7명 정도 되는 것 같다. 프리미어리그 심판의 수준은 상당히 높다고 본다. 선수들이 질문을 했을 때 무시하는 심판보다는 설명해 주며 선수를 존중해 주는 심판이 더 좋다."

-수원 삼성과 친선경기 하러 한국에 갔을 텐데 구경은 많이 했나.

"전날 가서 경기하고 다음날 온 걸로 기억한다. 한국 구경은 전혀 못했다."

-한국 선수들이 프리미어리그에 4명이나 뛰고 있는데.

"잘 알고 있다. 상당히 좋은 현상이다. 나하고 친한 페르디난드.루니한테 들었는데 박지성을 '좋은 선수, 좋은 친구(good player, good man)라고 하더라."

-외국 선수(특히 아시아 선수)들이 프리미어리그에 적응할 때 제일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는가.

"훈련 마치고 나서 바로 집에 가면 안 된다. 동료와 자꾸 어울리며 밥도 같이 먹고 해야 더욱 친해지고 플레이도 더욱 잘할 수 있다."

잉글랜드와 첼시의 캡틴, 넘치는 카리스마로 수비를 이끄는 존 테리. 그가 꿀맛 같은 휴식을 하고 완전히 회복해 그라운드에서 다시 멋진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홍은아 국제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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