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환자 유치 병원이 뭉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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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축구 국가대표팀의 이동국 선수가 2006년 월드컵을 코앞에 두고 무릎 부상을 당해 독일 스포렉 재활센터로 떠나자 국내 스포츠의학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이 선수가 출국한 직후인 지난해 4월 열린 학회에서 한 원로 의사는 "도대체 수술을 어떻게 하기에 아직도 독일로 가게 하느냐"며 후배들을 질타했다.

축구대표팀 주치의인 김현철(45)씨는 "국내 수술과 재활치료 수준은 선진국 못지않지만 연계가 안 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재활 전문가들과 팀을 이뤄 다음달 서울 강남에 운동선수 전문 수술.재활 병원을 개원할 예정이다.

병원들이 해외 환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건강검진과 척추 수술, 성형, 치과 등에선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여의도성모병원 등 30개 병.의원은 5일 공동으로 해외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협의회를 만들었다. 협의회는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아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상품 개발과 홍보를 함께할 계획이다.

◆"경쟁력 있는 분야 많다"=협의회에 참여한 30개 병.의원은 1~3개씩 53개의 환자 유치 중점 분야를 제시했다. 이 부분에서는 해외 병원과 경쟁해 볼 만하다는 뜻이다. 30개 병원 중 13곳이 건강검진을 꼽았고, 8곳은 척추 수술을 꼽았다.

건강검진은 시설, 검진 실력, 가격 면에서 비교우위에 있는 병원이 많다. 문주영 팀장은 "100명 중 1명꼴로 암환자를 찾아내는 검진 실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반면 검진 비용은 미국의 10분의 1 수준이다. 척추 수술에선 우리들병원, 부산 부민병원 등 특성화한 중형병원들이 자신감을 보였다.

여의도성모병원의 조혈모세포(골수) 이식 수술은 아시아에서 독보적인 수준이다. 1995~2000년 이 병원의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에 대한 형제 골수이식 성공률은 68%다. 국제 평균은 43~55%다. 국립암센터는 위암만큼은 자신있다고 한다. 위암 수술 환자의 1개월 내 사망률은 0.13%에 불과하다. 유럽 주요 병원은 1개월 내 사망률이 10~15%다. 전 세계에 27대밖에 없는 양성자 치료기를 보유한 점도 장점이다.

모아치과병원 등 치과들은 첨단 의료기기인 '세렉'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 기기를 이용하면 과거에 치아 본을 떠 수작업으로 2~3일에 걸쳐 만들던 기공물을 즉석에서 만들 수 있다. 2~3일 여행을 하면서도 치과 치료를 받고 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넘어야 할 산도 많다"=외국인 환자에게 불편한 점이 아직은 많다. 복지부가 지난해 9월 98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외국인 환자 전담 직원을 고용한 곳은 24곳(25%)에 불과했다. 류지형 복지부 보건산업정책팀장은 "미국.일본의 보험회사와 연계해 한국에서 치료를 받아도 보험 혜택을 주는 상품을 개발하도록 유도할 것"이라며 "해외 의료기관 종사자를 상대로 병원 체험 투어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김영훈.김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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