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북한미술 전시계획 좌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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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국내에 처음 선보일 예정이었던 북한미술품 전시회가 좌절됐다.
국제수채화연맹(총재 이강주·45)은 지난 8월19일부터 부산·광주·울산·마산·대구 등 5개 도시에서 순회전시중인 제1회 세계수채화대전에 북한작품을 함께 전시할 계획이었으나 당국의 만류로 내걸지 못하고 있다.
문화부는 국제수채화연맹 측의 「북한 및 조총련계 미술작품의 이적성 심의요청」에 대해 『북한측이 연맹의 교류제의에 응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연맹이 일방적으로 북한작품을 복제·전시하는 것은 전체 미술인의 자존심에 관계되는 일이므로 신중히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예술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복제품을 진품과 동시에 전시하는 것은 전시관행상 허용되지 않으므로 전시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수채화연맹의 이 총재는 「문화부장관에 보내는 공개질의서」를 통해 『복제품에 사용한 작품사진은 이미 통일원으로부터 반입허가를 받은 것』이라고 밝히고 『외국의 경우 복제품을 전시하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는데 문화부가 작품내용 심의는 제쳐둔 채 복제품 전시만을 문제삼고 있다』고 항의했다.
이 연맹은 이번 수채화대전을 개최하면서 북한작품을 동시에 전시하기 위해 그동안 평양 IPU총회를 통해 초청장을 전달하고 조총련과 협의해 왔다.
그러나 북한측은 『작품과 작기를 참가시키기 전에 남한측은 먼저 임수경양을 석방하는 등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트집잡아 작품을 출품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연맹은 『복제작품을 통해서라도 북한미술품을 소개하겠다』며 통일원의 허락을 받고 작품도록을 반입, 이를 컴퓨터로 확대복제해 전시할 계획이었다.
연맹은 지난8월19∼30일부 문화회관 전시장에서 열렸던 수채화대전에 이 복제화 38점을 첫날에 걸었으나 『문화부 심의를 받아야 한데는 관계당국의 종용에 따라 작품을 떼고 문화부에 심의를 요청한 것이다.
이 수채화대전은 결국 북한 및 조총련의 복제작품은 제외한 채 한국·대만·중국·일본·필리핀·프랑스·파키스탄 등 11개국 작가 2백여명의 작품만으로 그동안 부산·광주·울산전시회를 마쳤다.
이 총재는 『북한 및 조총련의 작품들은 정치성이 배제된 순수한 예술작품들』이라고 강조하고 『문학부는 이 작품들의 전시여부를 분명한 관계 법조문에 의해 밝혀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미술계에서는 국제수채화연맹을 비롯해 한국서화가 총 연맹·동서문화협회 등 일부 민간단체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남북미술교류의 대표성과 수준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보이면서 『중구난방 식의 시도는 자칫 중요한 미술교류를 망칠 우려가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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