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김일성에 경원 약속/「대외경제 정책연구원」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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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차관 3∼5억불… 콩등 현물 무상지원/개혁­개방정책 공동보조 조건 가능성
중국은 이달초 중국을 방문한 김일성 북한주석에게 약 3억∼5억달러의 자금지원과 옥수수·콩 등 현물 무상지원을 약속했을 것으로 대외 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분석했다.
KIEP는 중국이 자체 경제난을 이유로 대북한 원조를 하지 못할 것이란 언론보도에 대해 ▲소련체제 붕괴후 사회주의국가군의 지도국가로 부상한데 따른 불가피한 비용부담 ▲중국의 경제난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는 논거 등을 들어 북한이 현재 경제난국의 고비를 넘길 수 있는 정도의 현물·자금지원이 약속됐을 것으로 추측했다.
KIEP는 중국의 경제가 각종 총량지표로 볼때 그리 나쁘지 않으며,특히 식량문제도 심각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최근 공포된 주요경제지표에 따르면 올해 수재에도 불구,실질성장률은 6% 안팎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수재에 의해 곡물생산이 감소,작년 생산량(4억3천5백만t)을 밑도는 4억t에 그칠 것으로 보이나 중국 자체의 곡물소비량(연평균 4억t미만 추정)을 감안할때 이월분 포함 약3천만t의 여유가 있다고 밝혔다.
또 중국의 대외채무가 90년말 현재 5백25억달러에 달해 외환사정이 그리 좋은편은 아니지만 최근 수출이 호조를 보여 외환보유고가 급증(지난 3월말 현재 3백59억달러),자금제공에 다소의 여유를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KIEP는 이에 따라 중국이 북한에 대해 ▲옥수수·콩 등의 잉여곡물을 중심으로한 최소한의 무상원조와 ▲에너지자원수출때 우대가격 적용 ▲올해 외채상환에 도움이 될 3억∼5억달러 정도의 차관제공을 약속했을 것으로 관측했다.
KIEP는 이같은 대북한 원조는 앞으로 점차 조건부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중국이 이번에 경제원조를 제공하는 대신 현재 중국 지도부의 개혁·개방정책을 채택할 것을 권유했을 것으로 보고있다.
또 소련의 체제붕괴로 사회주의체제의 지도국가가 된 중국으로서는 몇안되는 동반자인 북한의 현실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에 있어 중국의 원조는 대소 의존도의 격감으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됐다.
소련의 최근 대외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87∼90년간 연평균 15억달러에 달하던 소련의 대북한 수출규모는 올들어 7월까지 1천8백33만달러에 그쳐 예년동기(약 8억달러)에 비해 40분의 1이하로 떨어졌다.
소련측이 경화결제를 요구함에 따라 그동안 소련에서 국제가격보다 훨씬 싼값에 들여오던 원유(연60만t 내외),석탄 및 코크스(1백만t),석유제품(10만t),밀(30만t) 등의 조달이 사실상 불가능해 졌으며 다른 대외거래에서도 외환조달에서 50% 정도를 담당하던 소련측 창구가 막힘에 따라 북한은 심각한 외환·자원조달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대북한 수출은 88∼90년간 연평균 3억5천만달러 수준을 기록했으며 올해도 1∼7월중 2억8천만달러로 예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소련의 공백을 대체할 수 있는 국가는 현재로선 중국밖에 없으며 중국은 그동안도 최대의 에너지공급국가(대북한 원유수출 연간 1백20만t,석탄 및 코크스 연1백50만t 내외)였으며 대북한 채권에 있어서는 소련(89년말 현재 31억3천만달러)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9억달러(전체의 13.3%)를 갖고 있다.<박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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