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친구…멋진 연기 연출"|연극 『파우스트』 함께 출연 중견배우 전무송·이호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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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연극계의 오랜 콤비로 유명한 중견배우 전무송·이호재씨가 오랜만에 같은 무대에 올라 서로 다르면서도 묘하게 어우러지는 경연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두사람은 18일부터 호암아트홀에서 시작되는 『파우스트』에 9년만에 함께 출연, 주역인 파우스트박사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 역을 나눠 맡았다.
『우리는 서로 콤비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저 오랜 친구며 연극을 같이해온 동료죠.』
연습실에서 만난 두사람은 이구동성으로 「콤비」라는 세평을 부담스러운 듯 극구 부인했다. 두사람의 공연을 본 관객들이 즐겨 콤비라고 부르지만 적어도 본인들은 「서로를 잘 이해하는 친구사이」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여러모로 콤비라는 소리를 들을만하다. 우선 경력이 그렇다. 두사람은 서울예전의 전신인드라마센터 연극아카데미 1기 동창생으로 나란히 연극에 입문했다. 이어 졸업과 동시에 극단 드라마센터(동랑 레퍼터리)창단 멤버로 64년 『마의 태자』로 데뷔, 『생일파티』『태』등에 함께 출연했다. 이어 75년 국립극단에 같이 들어가 『베케트』『고도를 기다리며』등에서 역시 함께 공연하며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79년 이씨가 국립극단을 떠나자 전씨도 함께 국립극단을 나왔다. 두사람은 78년 『시즈위 벤지는 죽었다』라는 2인극에서 둘만의 무대를 꾸며 콤비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주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50세 나이에도 여전한 열정을 무대 위에 쏟고있다.
두사람의 연기가 외모만큼이나 대조적이면서도 정확히 맞물리는 요철 같은 조화를 이룬다는 평도 콤비라는 인상의 중요한 근거다. 흔히들 이씨가 톱니바퀴의 둥근 몸체라면 전씨는 직각으로 튀어나온 톱니에 비유된다. 이씨의 연기가 쉽게 변신하는 유연함이라면 전씨의 연기는 미리 계산된 섬세함이 특징이다. 전씨는 이씨를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는 연기자」라고 말한다. 반대로 이씨는 전씨를 「무대 위에서 자기의 매력을 알고 자신의 분위기를 만들어 낼 줄 아는 배우」라고 말한다.
두 사람은 오랜만에 함께 한 무대에서 서로 잘 어울리는 배역을 맡았다.
파우스트역의 전씨는 『항상 나는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역할인데, 호재는 신나게 나를 괴롭히는 역할이라 심술도 나죠. 하지만 파우스트가 저한테 더 잘 어울리는 역이고, 극중에서나마 제 마음과 같은 젊은 청년이 될 수 있어서 좋습니다』라며 웃는다(그는 이번 공연에서 자신의 큰딸보다 한살 많은 탤런트 이미연양과 연인사이로 출연한다). 이씨 역시 『항상 색다른 배역, 독특한 연기를 좋아한다』며 『메피스토는 가장 솔직한 사람이에요. 사람들은 누구나 악마의 심성을 감추려고 하지만 메피스토는 그대로 표현하니까요』라고 자신의 분신을 변호한다.
「친구」든 「콤비」든 중견배우 두사람이 함께 서는 이번 무대는 이미 많은 연극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음에 분명하다(평일 오후7시30분, 토·일요일 오후4시·7시30분). <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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