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발전… 정부역할」 세미나/특혜없애 경쟁여건 강화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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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생산」에 자금 흐르게 재산세 늘려야/근로자 권익향상·복지 지출비 증대
고려대학교 경제연구소(소장 박영철)와 한국국제경제학회(회장 이학용)가 공동 주최하는 「한국경제발전의 평가와 전망」이란 세미나가 15일 고대 인촌기념관에서 열렸다.
이날 세미나는 「정부역할의 재정립」 및 「경제정책의 전망」이란 주제로 나뉘어 진행됐다.
이학용·이만우 고대교수와 정운영 전한신대교수가 발표한 「정부역할의 재정립」에 관한 내용을 요약·소개한다.
▲이학용·이만우 교수(고대)=성공적인 자본주의 체제들의 공통적 성격은 정부기능의 확대다. 특히 자원배분에 있어 정부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 따라서 과거 양적 성장에만 치우쳐온 우리 정부의 역할은 이제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방향에서 증대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우리 경제를 둘러싼 환경 및 관행의 개선에 정부역할이 필요하다.
먼저 가능한한 개방적이고 경쟁적인 여건을 강화해야 한다. 특정 이익집단에 특혜가 돌아가지 않도록 해야하고 정부의 정책결정에 정치인들의 개입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경제운용의 객관성과 공정성보장 법규보다 이를 엄격하게 집행하는 관료의 자세가 확립되어야 한다.
로비이스트등록제,이익집단 재정지출의 공개의무화도 이익집단의 정부정책 개입을 줄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이다.
이같은 바탕위에서 정부는 국방비를 비롯한 경직성 경비의 과감한 축소조정,부문별 우선순위재조정,세입구조의 점진적 확충 등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해야한다. 교육·훈련·연구기관의 통합,불요불급한 직급의 하향조정,경제적 효율이 떨어지는 정책적 공사의 중지가 이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경제의 개방화와 국제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정부는 법인세율의 인하를 고려하고 재산과세의 강화를 통해 생산적인 부문으로 자금이 흐르도록 세제를 개편해야 한다.
특히 토지보유과세를 강화,토지관련 세금은 종합토지세를 개선해 중심세목으로 자리잡게 하고 토지공개념 3개법률은 폐지를 고려해야 한다.
그같은 면의 정부역할 증대와 함께 민간부문에 대한 정부의 규제와 관여는 오히려 줄여나가야 한다. 민간의 창의력과 개발의지의 저하를 초래해 결국 정부가 하고자하는 일도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운영씨(전한신대교수)=한정된 자원을 정부가 쓰느냐,민간기업이 쓰느냐는 문제에 있어서는 정부의 역할이 강화되는 것이 낫다. 정부가 쓰는 것이 기업이 쓰는 것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은 이윤의 극대화라는 원리에 구속될 수 밖에 없지만 정부는 그렇지 않다.
요컨대 판매를 통한 이윤만의 확대가 아닌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그 편익의 확대를 효율의 개념에 포함시킨다면 정부자본은 민간자본에 비해 결코 효율성이 뒤지지 않는다.
따라서 정부의 경제개입은 당위적으로 증대되어야 하고 또한 현실적으로도 그렇게 되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 그 내용이 문제다.
농업의 구조조정이란 명목으로 진행되는 농촌의 인위적 해체,주력업종의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허용된 무제한적 은행여신 등은 독점자본을 위한 정부역할의 증대라는 측면이 강하다.
그 보다는 독점재벌이 자행하는 부동산투기와 같은 비생산적 낭비를 줄이는 동시에 복지지출을 늘리고 근로자의 권익을 향상시켜 주는 방향에서 정부역할이 증대되어야 한다.
특히 토지의 불하나 거래를 둘러싸고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아직도 크게 열려 있다.
노동자의 후생을 한층 증대시키고 공정한 분배의 기반을 갖추게 하는데에도 정부개입의 여유는 많이 남아있다.
따라서 정부개입이 어떤 방향에서 증대되고 있고 그것이 옳은 가치를 추구하고 있느냐가 정부개입의 성공여부를 결정짓는 열쇠다.<정리=이연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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