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기자의약선] 종합 영양제 오곡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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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쌀밥을 즐겨 먹는다면 식이섬유.칼슘.철분.비타민(A.B1.B2.C)의 섭취가 부족해질 수 있다. 도정하는 과정에서 이런 영양소가 다 깎여 나가기 때문이다. 정월 대보름의 절식인 오곡밥은 이런 식탁의 불균형을 해결해준다.

오곡밥은 다섯 가지 곡식(찹쌀.찰수수.팥.차조.콩)을 섞어 지은 밥을 말한다. 그러나 반드시 다섯일 필요는 없다. 각 가정이나 지방에 따라 대추.잣.밤 등을 넣고 지어도 된다. 한방에선 오색(五色)이 모두 포함된 오곡밥을 '오장육부를 조화시키고 각 사상체질에 맞는 음식이 골고루 섞여있는 음식'으로 간주한다(광동한방병원 문병하 부원장).

오곡밥이 건강에 좋은 이유는 네 가지다.

첫째, 서양에서 건강식으로 뜨고 있는 전곡(whole grain)과 비슷한 건강 효과를 갖는다. 영양분.건강 성분이 도정과정에서 많이 떨어져 나가는 흰 쌀밥과 달리 도정이 안 됐거나 덜 된 곡류를 섞어 지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백미 밥.밀가루 빵에 비해 식이섬유.미네랄(칼륨.철분.칼슘 등).비타민(B1.B2.E.니아신 등).단백질이 풍부하다(한국보건의료인 국가시험원 이경신 박사).

둘째, 채소.생선 등과 함께 먹으면 '종합 영양제'로 손색이 없다. 묵은 나물(상원채)과 오곡밥이 대보름의 명콤비가 된 것은 이래서다. 영양학자들은 반찬으로 고등어.두부.버섯 등을 곁들이면 훌륭한 웰빙 식사라고 말한다. 오곡밥 1공기에 두부 된장국(1대접).고등어 구이 1토막(50g).풋고추 볶음.버섯 볶음.배추 김치.오렌지 주스 1잔으로 식단을 짜면 이른바 '비빔밥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셋째, 변비를 없애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며 혈당 조절을 돕는다. 식이섬유가 풍부해서다. 특히 콩.팥의 식이섬유 함량은 쌀보다 두 배 이상 높다. 특히 장에서 당(탄수화물)이 흡수되는 시간이 지연돼 혈당이 서서히 오른다. 오곡밥의 당지수(GI)가 쌀밥보다 훨씬 낮다는 의미다. 이래서 당뇨병 환자에게 쌀밥 대신 오곡밥을 추천한다.

넷째, 오곡은 저마다 독특한 건강 효과를 지닌다. 찹쌀은 소화 기능이 약해 조금만 먹어도 속이 쓰리고, 배가 부르며, 트림이 난다는 사람에게 추천된다. 속이 거북할 때 찹쌀 죽이나 떡을 먹으면 답답한 증상이 사라진다. 한방에선 찹쌀을 소화기를 보(補)하고 구토.설사를 멎게 하는 식품으로 친다.

차조는 소변이 잘 나오게 하고, 설사를 멎게 하며, 소화기에 쌓인 열을 없애는 약재로 쓰인다. 찰수수는 몸의 습(濕)을 없애고 열을 내려준다. 콩과 팥엔 쌀에 부족한 비타민 B군(B1.B2.니아신)이 풍부하다. 이 비타민은 몸안에서 에너지(열량)가 빨리 생성되도록 돕는다. 지치고 피로가 쌓였을 때 콩.팥밥이나 오곡밥을 먹으면 금세 기운이 난다.

오곡밥을 먹을 때 주의할 점도 있다. 차지고 식이섬유 함량이 높아 소화가 잘 안 된다. 따라서 어린이나 노인, 위장 질환자, 툭하면 체하는 사람과는 궁합이 잘 맞지 않는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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