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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야스쿠니 신사서 한국인 명부 빼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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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국인 11명이 며칠 전 일본 정부와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상대로 야스쿠니 신사의 추도자 명부에서 본인 또는 부모 이름을 빼고, 1억3000여만 엔의 위자료를 달라는 소송을 일본 법원에 냈다. 이들은 일제시대에 군인.군속으로 전쟁에 동원됐던 조선인들의 유가족과 생존자다. 자신들의 요구가 계속 거부당하자 일본에서 소송하게 됐다.

야스쿠니 신사는 일제 군국주의를 미화하는 대표적인 종교시설이다. 19세기 중반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 정부 편에서 싸우다 숨진 일본인 240만여 명을 군신(軍神)으로 추앙하고 있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도 포함돼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이런 곳을 매년 참배해 문제를 일으켰다. 그런데 야스쿠니 신사가 멋대로 조선인.대만인 4만여 명도 명부에 넣었다. 식민지 백성으로 침략전쟁에 동원된 것만도 분통이 터질 일인데 일본 군신이라니…. 유족들에겐 얼마나 한이 됐겠는가.

많은 한국인.대만인은 물론 일부 일본인도 명부에서 가족.본인의 이름을 빼기 위해 노력해 왔다. 지난해는 대만.일본인들이 같은 소송을 일본 법원에 냈다. 살아서는 일제에 희생되고, 죽어서는 일제 찬양 신사의 추도 대상이 됐다니 황당하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야스쿠니 신사는 이들이 당시는 일본인이었고, 명부에 포함되면 뺄 수 없다는 해괴한 주장을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종교 차원의 얘기라고 발뺌하고 있다. 말이 안 되는 얘기다.

오늘은 88주년을 맞는 3.1절이다. 이번 소송은 아직 깊게 남아 있는 일제 침략의 상흔을 상징한다. 일본 정부가 아무리 침략 역사를 반성한다고 말해도 이런 일이 해결 안 되는 걸 보면 진실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며칠 전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종군위안부 청문회가 열렸던 이유도 반성을 안 하는 일본의 태도 때문이다. 이런 부끄러운 일들을 감추고서는 국제사회로부터 계속 비난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도 이 문제를 민간 차원에 맡겨두어서는 안 된다. 야스쿠니 신사, 종군위안부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