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공화국 내분/신연방조약 체결싸고 사표 제출 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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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옐친 주위에 인의 장막” 일부서 비난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이끄는 소련 러시아공화국 지도부의 정치적 내분이 부총리 및 재무장관(부총리겸임)등 두 각료의 사임으로 공개폭발하고 있다.
우선 알렉산드르 루츠코이 부통령과 옐친 대통령의 측근 겐나디 부르불리스국무장관 및 세르게이 스탄케비치 전모스크바 부시장등 온건파 및 러시아민족주의자들은 신연방경제조약이 소련 최대의 러시아공화국을 제대로 예우하지 못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가조인된 경제협정대로라면 러시아공화국의 경제력을 다른 공화국에 착취당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우선 각공화국의 실세에 걸맞는 정치협정을 체결하고 그를 토대로 경제협정을 맺어야 러시아공화국의 이해가 충분히 보장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예브게니 사부로프재무장관겸 부총리와 이고르 가브릴로프부총리는 우선 경제를 파탄상태에서 구해내려면 경제협정체결이 급선무라고 반발하면서 사표를 제출해 버렸다.
이들의 사표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그 뿌리에 러시아공화국출신 이반 실라예프 연방총리까지 연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라예프총리는 지난달 옐친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연방기업을 러시아공화국관할로 하기로한 조치를 취소해줄 것을 요구했다. 연방경제의 안정회복을 위해 장애가 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공화국최고회의의 민족주의자들은 이같은 요구가 러시아공화국의 이익을 해치는 행위라며 반발했던 것이다.
러시아공화국 지도부내의 갈등은 신연방경제조약에만 그치지 않는다.
지난달 열렸던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는 옐친 대통령이 스스로의 권한을 넘는 대통령령으로 집행권력을 부당하게 강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보수·개혁파를 망라하고 터져나왔다.
이들이 특히 문제삼은 것은 보리스 옐친이 등용한 인물들이 「인의 장막」을 형성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이밖에 옐친의 측근인 겐나디 부르불리스국무장관과 루슬란 하스불라토프 최고회의 의장대행도 서로 정치적 미숙아라며 인신공격까지 마다하지 않는 대립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공화국지도부의 이같은 대립이 기본적으로 권력투쟁의 양상을 띠고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특히 옐친정권은 여러개혁파의 연대로 구성된 정권이기때문에 보수쿠데타의 가시적 위협이 점차 줄어들게되자 본격적으로 약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공화국의 지도력부재 또는 「무정부상태」가 이처럼 계속될 경우 신연방제협정의 조기체결 및 신연방구성에 적지않은 어려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이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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