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집』시낭송 CD낸 영화인 윤정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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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영화인 윤정희씨(47)·피아니스트 백건우씨(45) 부부가 미당 서정주씨의 시집 『화사집』에 실린 시 24편 전부를 음악과 함께 낭송해 담은 카셋 테이프와 콤팩트디스크가 『화사집』50년 기념시제가 열리는 24일 이전에 발매될 예정이다.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다 지난달 부군의 국내연주회와 미당 시 낭송집 제작관계로 일시 귀국한 윤씨는 평소 미당 선생을 부모처럼 깍듯이 모시고 있는 인연으로 이일을 맡게 됐다.
그는 『우리 세대는 미당 선생의 시를 읽으며 그 시속에서 자랐다』면서 『지난 70년 평소 친분이 있던 언론인 김성우씨가 미당 선생과 함께 우리 집에 들러 밤새도록 술을 함께 마시며 시를 낭송한 것이 계기가 돼 미당 선생과 가깝게 지내게 됐다』고 했다.
자신이 낭송하고 부군이 피아노 곡을 연주한 이 낭송 집에 대해 윤씨는 『시 낭송 집에서 음악은 배경으로서만 기능 하는 게 보통이나 여기서는 시와 음악이 같은 비중으로 등장하는 게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백씨가 수개월 전부터『화사집』에 어울리는 음악을 찾은 끝에 선정한 곡은 20세기초의 러시아 작곡가 알렉산드르 스크리아빈의 작품들.
스크리아빈의 음악은 때로는 광기 어린 악마적 폭발력을, 때로는 한없이 감미롭고 서정적인 선율을 구사하는 폭넓고 독특한 세계를 구축하고 있어 미당의 시 세계와 잘 들어맞는다는 게 부군이 그를 선정한 이유라는 윤씨의 전언.
그는 『유럽에서는 초등학생들의 숙제가 시를 외우는 것이며 학교교육에서 시와 함께 사는 생활을 가르친다』면서 『우리도 시를 많이 읽고 외우게되면 더욱 여유 있고 따뜻한 마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거의 1년만인 지난달 5일 귀국, 오는 15일 출국 예정인 윤씨는 지난 88년 『시로의 섬』이후 영화출연을 하지 않고 있는데 『이번에도 출연 교섭은 몇 번 받았으나 지금은 좋은 작품을 엄선해야 할 입장이라 아직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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