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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대에 오른 "골프 대중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골프장건설에 따른 산림훼손 등 환경피해에 대해 심각한 우려가 일고있는 가운데 골프대중화정책의 철회를 위한 관계법률개정 등을 요구하는 청원서가 민간환경단체명의로는 처음 국회에 제출돼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공해추방운동연합(의장 최열) 등 전국 36개 환경단체·지역주민단체들은 7일 국회에 낸 청원서에서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과 「관광진흥법」을 이번 회기 중에 개정해 주도록 요청했다.
이들 단체들은 또 국회가 주민피해를 조사, 다음 임시회의 때까지 보고해 줄 것도 요구했다.
36개 민간단체의 이같은 집단청원은 지금까지 벌여온 산발적인 피해예방·구제활동이 한계에 부닥쳤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아울러 6공들어 본격화된 골프대중화 정책으로 빚어진 환경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데 인식을 같이한 점도 크게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청원내용의 골자는 ▲법개정을 통해 골프장을 체육시설에서 관광휴양시설로 원상회복 ▲주민과반수동의에 의한 사업계획승인 ▲농약사용금지 ▲주민감시활동 보장 ▲주민피해 실태조사보고 등 6개항이다.
관계자들은 무엇보다도 6공이후인 89년 3월 31일 제정돼 같은 해 7월 1일부터 시행된 현행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이 골프장을 대중체육시설로 규정, 대중화정책의 법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음을 지적하고있다.
따라서 이 법과 관광진흥법을 동시에 개정해 종전과 같이 관광휴양시설의 하나로 원상회복 시켜야만 무분별한 사업승인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논리다.
이들 단체들은 올 들어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80%이상이 골프장 대중화정책에 반대하고 있으며 골프장을 일부 특권계층의 전유물인사치성 과소비시설로 보고 있다는 「객관적인 증거」를 들어 법개정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있다.
국정감사 등을 통해 파악된 전국 골프장은 모두 1백78곳으로 이 가운데 60곳이 운영중이며 1백18곳이 건설 중이다. 이중 22개는 5공 이전, 17개는 5공기간 중 건설됐고 전체의 78%에 해당하는 1백39개가 6공 이후 승인됐다.
이번 청원과 관련해 골프장 때문에 직접적인 피해를 겪고 있다고 주장하는 경기·영남지역 주민단체들은 「골프망국론」을 제기하며 보다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반대운동을 제의, 의사수렴과정에서 다소 진통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36개 단체는 청원이유로 ▲대규모산림훼손과 자연생태계파괴 ▲건설·운영과정의 환경오염피해 ▲지역·계층간 위화감조성 ▲마을공동체 파괴 ▲국토의 비효율적 이용 ▲부동산투기조장 등을 제시했다.
이들은 89년 7월부터 올해 9월까지 전국 55개 지역에서 2만1천4백16명의 주민들이 골프장건설을 반대하는 민원을 환경처에 제출한 사실을 중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각종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골프장 사업가들이 환경영향평가규정·산림편입허용기준·관리기준을 상습적으로 무시하는 것을 묵인·방조해 왔다는 것이 이들 단체들의 주장이다.
전국 1백78개 골프장의 총면적 6천만평 중 약 87%인 5천2백만평이 임야이며 이중에서 산림청이 지정관리하는 보전임지를 전용한 면적만도 여의도의 30배에 해당하는 2천3백만평에 이른다는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또 대규모 산림훼손으로 동식물이 사라져 자연생태계가 파괴되고 이산화탄소 흡수능력이 떨어지는가 하면 보수력(물을 머금는 능력)이 크게 줄고 고성능 폭약을 사용한 발파작업 시 진동 때문에 지반이 약화돼 작은 비만 와도 산사태와 홍수가 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와 함께 기후와 풍토에 맞지 않는 수입잔디를 보호하기 위해 농약과다사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팔당호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 내만도 28개 골프장이 들어서 식수원 오염 우려가 있고 막대한 양의 잔디급수(18홀 기준 이틀 걸러 6백∼8백t)로 식수·농업용수고갈이 초래된다는 주장도 청원이유로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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