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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도시는 클린 열풍 '공공디자인 산책' 7개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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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본지가 우리 사회의 공공디자인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자는 취지로 지난해 7월부터 연재해 온 ‘공공디자인 산책’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경기도 파주시를 비롯해 서울시의 여러 자치구가 본지 칼럼의 취지에 공감하며 잇따라 깨끗한 도시 만들기 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최근엔 전국 각지의 지자체들도 앞다퉈 ‘클린 열풍’에 동참하고 나섰다. 사진은 경기도 파주시 도심 중앙로의 1년 전 모습(왼쪽)과 현재의 모습. 색깔과 규격이 제각각이던 상가 간판들이 깔끔하고 가지런하게 정돈돼 있다.

대한민국의 고속성장의 상징인 서울 강남구. 하지만 현란한 간판, 특징 없는 거리 모습, 도로에 널린 담배꽁초 등 어지럽고 볼썽사나웠다. 강남구는 다음달부터 테헤란로.강남대로.압구정로 등 관내 모든 대로변 상가의 간판을 가지런히 통일하고 거리의 현수막과 불법 광고물도 모두 없애기로 했다. 맹정주 강남구청장은 "법과 질서가 정착된 명품 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도시의 첫인상부터 깨끗하게 바꿔 가야 한다"며 "중앙일보 시리즈를 보면서 반드시 추진해야 할 사업이라고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국은 지금 공공디자인 개혁 중=본지가 지난해 7월부터 연재 중인 '공공디자인 산책' 칼럼을 가장 먼저 벤치마킹한 곳은 파주시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깨끗한 파주 만들기, 공공디자인 운동'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불법 광고물.주정차.노점상.쓰레기 투기가 없는 '4무(無) 운동'을 전개했다. 성과는 예상 밖이었다.

몇 달 새 중앙로 등 주요 도로에서 크고 요란한 간판들이 깔끔한 디자인으로 탈바꿈했다. 어지러웠던 현수막도 모두 사라졌다.

새해 들어서자 서울시 자치구들이 가세했다. 강남구를 시작으로 성북구의 길거리 현수막 제로화 운동, 성동구의 불법 간판 정비사업, 관악구의 표준 표지판 조성 계획 등이 잇따라 시행에 들어갔다. 광진구는 업소당 간판을 2개로 제한하기로 했다. 경기도 김포시.구리시 등 수도권 지자체도 동참 의사를 밝혔다.

지방도 예외는 아니다. 경남 김해시는 올해 시가지 보도블록과 맨홀 뚜껑, 가로등 디자인 등을 환경친화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김해시 관계자는 "2000년 이미 도시디자인과를 신설하고 공공디자인 개선에 역점을 둬왔는데 마땅히 참고할 만한 사례가 없어 애를 먹었다"며 "중앙일보 보도를 접하고는 '바로 이거다'"고 반겼다고 했다.

경북 구미시는 올 초 도시 디자인 개선을 위한 태스크 포스팀을 만들고 도시 미관 개선사업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경북 김천시는 지난해 김천역 주변 간판 규격화 사업을 벌인 데 이어 올해에는 전 시가지로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클린 열풍이 전국적으로 퍼져 나가자 행정자치부도 적극 지원에 나섰다. 당장 전국 15곳에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를 선정한 뒤 3년간 총 4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서울시는 깨끗한 거리 만들기 운동에 동참하는 자치구에 교부금을 지급하는 등 인센티브제를 통해 참여를 적극 유도하기로 했다.

◆높아지는 시민 호응=본지 칼럼을 스크랩하거나 자신의 블로그에 옮겨 놓는 독자도 크게 늘고 있다. 20년째 본지 독자인 고선순(55.주부.서울 송파구 신천동)씨는 "매주 칼럼을 스크랩할 때마다 '우리 사회도 이런 주장을 흔쾌히 수용할 만큼 성숙해졌구나'라는 생각에 절로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고 말했다. 파주시는 시민들의 요청이 잇따르자 이달 중순 본지의 모든 칼럼을 한 데 모아 '깨끗한 파주 가이드'라는 소책자로 만든 뒤 시민들에게 무료로 배포했다.

'열공(열심히 공부하기) 바람'은 공무원 사회에도 불고 있다. 강원도 강릉시는 올 초 최명희 시장이 전 직원에게 "칼럼을 함께 읽고 나름의 개선방안을 찾아보자"고 제안한 뒤 공공디자인 학습 열풍에 휩싸였다. 최근에는 도시경관팀과 도시조명팀도 신설했다. 칼럼 필자인 권영걸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는 "꼭 와서 특강을 해달라"는 지자체의 요청이 쇄도하자 이를 정중히 거절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권 교수는 "지금까지 20여 개 지자체가 초청을 해왔지만 개인 일정상 파주시 등 세 곳밖에 가질 못했다"며 미안해했다.

지금까지 연재된 칼럼 제목

1. '한국' 없는 대한민국 여권

2. 한국 도로 '보행자는 없다'

3. 도시와 조화 아쉬운 가두 판매점

4. 마냥 기다리게 하는 버스 정류장 표지판

5. '소리 없는 아우성' 상가 간판들

6. 걷기 편하고 눈도 즐거운 맨홀 뚜껑

7. 또 하나의 예술 … 진화하는 '공사장 가림막'

8. 안 띄는 큰 글자, 잘 띄는 작은 글자

9. "나를 만지세요" … 체험 미술품

10. 벤치, 앉을 만하세요?

11. 런던 '블랙 캡' 뉴욕은 '옐로 캡' … 우리는?

12. 오솔길 닮은 거리 … 아, 걷고 싶어라

13. 갈 길 찾기 어려운 '지하철 노선도'

14. 공중전화도 진화 … 또 진화

15. 파출소

16. 비상전화, 잘 보이고 작동 쉬워야

17. 밤이면 '사라지는' 이순신 동상 … 왜?

18. 길 찾기 쉬운 도로 표지판은?

19. 구분 쉽고 버리기 편한 분리수거통은?

20. 뒤도 깔끔한 표지판 … 작지만 큰 차이

21. 안전, 쾌적한 환경미화원 복장은?

22. 도로 경계석 하나도 미관 고려, 행인 배려

23. 더 빨리, 더 눈에 띄는 긴급차량은?

24. 서울시 특성 살린 웹사이트 꾸며야

25. 카페 같은 지하철역에 내리고 싶다

26. 길 찾기 사인, 방향 정보 쉽게 알려줘야

27. 도시 밤 밝히는 빛의 다리 색의 다리

*새해 신년 시리즈 4회

1. 섬뜩한 현수막, 낯 뜨거운 광고물 도시 품격 떨어뜨린다

2. 장애인 전용은 장애인 소외시설?

3. 정보의 정글 눈을 감고 싶다

4. 쓰러진 소화전, 기운 전봇대 … 도시를 바로 세우자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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