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가는 엘바라데이 … 북핵 다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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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모하메드 엘바라데이(사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북한의 초청으로 3월 초 방북하게 된 것은 북한이 2.13 합의 이후 이를 이행하기 위한 사실상의 첫 행동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합의는 북한이 60일 내(4월 14일까지)에 ▶영변 핵시설의 폐쇄.봉인▶IAEA 사찰관 복귀▶모든 핵 프로그램 목록 협의 등 3대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합의 열흘 만에 북한이 엘바라데이 총장을 초청한 건 핵시설을 폐쇄.봉인하고 IAEA 사찰관을 받아들이겠다는 평양의 의지를 보여 준 걸로 평가할 수 있다. 북한이 이처럼 초기 단계 조치들을 신속하고 투명하게 이행해갈 경우 대북 금융제재 해제와 북.미 및 북.일 관계 정상화 실무협의 등 상응 조치들도 순조롭게 개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엘바라데이 총장이 23일 기자회견에서 "평양 방문 중 북한이 IAEA와 관계를 정상화할 것인지, 또 핵시설 동결을 약속한 6자회담 합의를 실행할 것인지 살펴보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IAEA 대변인은 엘바라데이 총장의 방북 시기와 관련, "IAEA 이사회가 끝나는 3월 둘째 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미국 적극 환영=미국 백악관의 토니 프래토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는 2.13 합의가 이행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것"이라며 "엘바라데이 총장이 돌아와 보고할 내용이 분명히 긍정적일 것이란 게 우리 견해"라고 밝혔다.

캐나다를 방문 중인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도 같은 날 "다음 단계 비핵화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조치(엘바라데이 총장 초청)가 이처럼 신속히 이뤄진 건 정말 좋은 신호"라며 "IAEA가 북한에 복귀할 수 있게 돼 정말로 아주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엘바라데이 총장을 접견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환영할 만한 소식"이라며 "IAEA가 북한과 핵시설 동결 등을 논의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향후 전망=북한의 가장 큰 관심사는 북.미 양자대화다. 3월 초 뉴욕에서 열릴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회담은 북한의 숙원인 북.미 관계 정상화를 본격 논의할 실무그룹 가동 출발점으로 주목된다. 회담에서 북.미는 ▶북한 테러 지원국 지정 및 대적성국 교역법 적용 중단▶3월 15일 이내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 동결 자금 해제 등을 집중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테러 지원국 문제는 미 국무부가 4월 말 내는 테러 보고서에서 1988년 이래 북한을 테러 지원국으로 계속 지정해온 만큼 신속한 해법을 모색할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회담이 잘 풀릴 경우 힐 차관보가 향후 북한을 답방하는 형식으로 실무그룹 논의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미국의 고위 관리나 정치인의 방북 문제를 포함한 특사 교환 방안이 거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마카오, 북 동결 계좌 협의=북.미 금융제재 협상 미국 측 대표인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금융범죄 담당 부차관보가 25일 BDA에 동결된 북한 계좌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마카오를 방문한다고 일본 아사히 신문이 24일 보도했다.

신문은 미 정부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 글레이저 부차관보가 BDA의 북한 동결 계좌를 해제하기 위한 최종 판단을 앞두고 마카오 금융당국과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재 50여 개에 달하는 북한 동결 계좌의 잔액은 2400만 달러에 이르며 이 중 절반가량이 합법적인 자금으로 판정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워싱턴.도쿄=강찬호.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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