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소치의 인상적 홍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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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당신은 소치(러시아)에 가 본 적이 있는가?"

지난해 평창 2014 겨울올림픽 유치위원회 관계자에게 카스포 세계스키연맹회장이 한 말이다. 스위스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기도 한 그는 "지금 IOC 위원들 사이엔 소치가 환상으로 각인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곁들였다.

그의 말대로 이 작은 도시는 매력이 넘친다. 호텔에서 내려다보이는 흑해와 바닷바람에 흔들리는 야자수. 차를 타고 산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흰 눈밭이 펼쳐진다. 야자나무를 바라보며 겨울올림픽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소치가 구상하고 있는 2014년 올림픽 유치작전이다.

그러나 그 환상은 모스크바 공항에서부터 깨졌다. 호객행위를 하는 수십 명의 택시기사들을 뿌리치고 안내데스크를 찾아 "믿어도 되는 사람"이라는 기사를 소개받았다. 그러나 단 5분간 이동하고 낸 요금이 무려 3000루블(약 12만원)이었다.

'이런 나라에서 올림픽을 치르겠다니'하는 불쾌한 마음을 갖고 찾은 소치에선 올림픽을 치를 만한 시설이 거의 없었다. 황량한 벌판에 '경기장을 짓겠다'는 의지만 있을 뿐이었다. 24일(한국시간) 최종 기자회견에서 이가야 지하루 IOC 평가단장은 "소치가 맞을 도전(challenge)은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지어야 할 것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평창 유치위원회 관계자는 "소치 실사 전에는 걱정이 앞섰지만 실사 결과 오히려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하지만 실사 결과는 전체 평가 중 일부분일 뿐이다. 여전히 소치가 평창보다 앞선 점도 많다. 치밀한 홍보전략도 소치가 한 수 위다. 소치는 세계적인 매니지먼트 회사인 IMG에 의뢰해 전 세계에 방영되는 CNN(24시간 뉴스채널)에 광고를 쏟아부었다. '미래로 가는 관문(Gateway to the future)'이라는 제목의 이 광고는 실사 기간에 하루 열 차례가 넘게 방영됐다. BBC 등 세계의 유수한 방송사 취재진을 초청, VIP룸으로 모시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도 보였다. 평창은 개최지 결정까지 남은 4개월 동안 더 적극적인 홍보전략을 세워야 한다.

<소치에서> 성백유 문화스포츠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