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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의혹만 더 쌓인 '바다이야기'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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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사행성 게임인 '바다이야기'를 둘러싼 비리 의혹 수사가 끝내 몸통을 밝히지 못한 채 일단락됐다. 지난해 나라를 발칵 뒤집어놓은 사건인 만큼 철저한 수사를 기대했으나 '역시나'로 마무리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153명을 사법처리했고, 1377억원을 환수했다고 발표했다. 얼핏 숫자만 보면 수사의 성과가 대단한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사법처리한 153명 가운데 116명이 업자이고, 나머지도 경찰관.의원보좌관.브로커 등 의혹의 몸통이라기보다 벌어진 도박판에 끼어들어 도둑질한 사람들이다. 그나마 도둑을 일망타진한 것도 아니다. 15개 폭력조직이 상품권 유통에 개입했지만 사법처리한 조직폭력배는 8명뿐이었다. 국민이 잃은 돈이 수조원대로 추산된다는데, 겨우 1000억원대를 환수했다니 나머지 돈은 다 어디 갔는가.

각종 의혹이 제기된 국회의원과 청와대 관련자 등 정.관계 실세 대부분은 무혐의로 결론 났다. 감사원이 수사를 의뢰한 정동채 전 장관 등 6명의 문화관광부 공무원도 면죄부를 받았다. '바다이야기'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어떻게 통과했는지, 경품용 상품권이 왜 도입됐는지 등 꼬리를 문 의혹도 명확하게 풀리지 않았다. 100여 명의 수사진이 6개월 동안 수사한 게 고작 이 정도라니 실망스럽다. 오죽하면 법무부 장관이 수사에 불만을 표시하겠는가.

검찰이 무능한 것인지, 아니면 봐주기 수사를 한 것인지 우리로선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느 경우라도 유감스럽다는 점이다. 모두 이 정부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책임지는 사람도, 진심으로 사과하는 사람도 없다니 국민이 납득하겠는가. 검찰은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의혹의 실체를 밝히려는 노력을 계속하기를 바란다. 차제에 정부는 도박장 단속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 순간에도 '도박 낚시터'와 같은 신종 도박장이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고 한다. 도박에 빠지는 것은 개개인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이를 방조하거나 단속하지 못한 정부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