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좌타자 오더짜기 적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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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야구는 기록과 통계의 경기다.
그러나 야구는 또 의외성이 높은 경기이기도 하다.
23일 벌어진 준플레이오프 2차전은 통계의 허점이 그대로 드러난 한판이었다.
통계를 중시하는 삼성 김성근식 관리야구가 스포츠의 특징인 의외성에 무릎을 끓은 대표적인 경기이기도 하다.
이날 김감독은 평소소신대로 롯데전에 강한 최일언을 선발로 내세웠다.
최는 롯데와의 페넌트레이스에서 15이닝에 등판, 9안타를 맞았으나 1점밖에 내주지 않아 방어율 0.60을 기록하며 1승무패를 기록했다.
일견 당연한 선발기용이었으나 롯데 강병철 감독은 이미 김감독의 용법술을 알고 최의 선발 등판을 간파, 철저히 대비하고 나왔다.
최가 왼손타자에 약한것을 알고 1번부터 5번까지 모두 왼손 타자로 포진시키는등 만반의 준비를 갖춘 것이다.
최는 결국 1이닝도 마치지 못하고 강판당했고 삼성은 마운드가 너무 일찍 무너져 대패하고 말았다.
김감독은 롯데전에 강한 최일언을 당연히 선발로 내세워야 했을지 모르나 상대에게 철저히 간파당한데다 한판한판이 결승이나 다름없는 준플레이오프전이란 사실을 잊은 것이다.
지루하게(?) 계속되는 페넌트레이스에서의 기록은 온 정신이 집중되는 큰경기에서는 왕왕 통하지 않는다.
게다가 최는 힘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투구스타일이 아니어서 제구력이 삐꿋할 경우 대량득점을 허용해 왔다.
따라서 최의 등판은 통계에는 부합했으나 상식적으로는 모험이었다.
큰 경기에서는 모험보다 상식이 적중할 확률이 높다.
롯데가 일반팬들도 예상할수 있는 윤학길을 등판시키듯 삼성도 김상엽을 선발등판시키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롯데 윤학길도 페넌트레이스에서는 삼성에 방어율 6.23으로 2패만을 기록, 통계로 봐선 승리를 낚을수 없었던 투수였다.

<권오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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