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보라매' 첫 전투기 편대장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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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제8전투비행단 소속 박지연 대위(28.공사 49기.사진). 22일 공군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전투기 편대장이 됐다. 박 대위는 앞으로 자신과 편대원 3명의 생명, 네 대의 F-5E 전투기를 책임지게 된다. 공군이 2002년 여성 전투기 조종사를 처음 배출한 이후 5년 만에 이룬 쾌거다.

전투기 편대장은 공군에서 '꽃 중의 꽃'으로 손꼽힌다. 전투기 조종사가 되기도 힘들지만 편대장 되기는 더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전투기 조종사 한 명을 키우는 데 50억원 이상이 들어가고 F-5E가 대당 150억원임을 감안하면 박 대위의 판단에 따라 총 800억원이 왔다갔다 하는 셈이다.

박 대위는 이날 강원도 원주에 있는 부대에서 함께 일할 남성 조종사들을 만나 활짝 웃었다. 장지훈.김근태.신천선 대위, 박찬영 중위 등이다. 하지만 F-5E 조종석에 오른 박 대위의 눈매는 날카롭게 빛났다. 남성 못지 않은 투지가 느껴졌다.

총비행 652시간의 비행기록을 보유한 박 대위는 1997년 공사 입교 이래 네 개의 '최초'타이틀을 갖고 있다. 첫 여성 공사 생도, 공군 최초의 여성 전투기 조종사(2002년 9월), 공사 동기생 정준호 대위와 결혼한 첫 전투기 조종사 부부(2004년 4월), 여성 최초 국군의 날 축하 비행 참가(지난해 10월1일)가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박 대위는 공군의 여성 전투기 조종사 5명 중 선두주자로 꼽힌다.

박 대위는 "여성 전투기 편대장이라는 신기원을 이뤘다는 기쁨보다 편대장으로서의 책임이 막중하다는 것을 느낀다"며 "믿음을 주는 편대장, 편대원들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편대장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전투기 편대장은 공중 전투상황에서 고도의 상황판단과 지휘통솔 능력을 겸비해야 한다. 전투기들이 활주로에 안전하게 이.착륙하도록 통제를 하는 등 각종 고난도 임무에 투입된다.

공군이 정한 전투기 조종사의 등급은 현재 4단계다. 단독 비행을 하지 못하는 요기급 조종사, 2대를 지휘하는 분대장급(비행경력 200시간 이상), 편대장급, 교관급이다.

세번째 등급인 편대장이 되기 위해선 까다로운 평가를 받아야 한다. 비행시간이 400시간이 넘어야 하고 분대장 직책을 6개월 이상 수행하는 게 기본요건이다. 편대장 승급 심사에선 ▶공중에서 적기와 싸우는 공대공 전투▶지상 목표물을 공격하는 공대지 전술 운용능력▶공중에서의 리더십과 위기조치 능력.상황분석.판단력 시험 등 8개 분야 시험을 치른다. 하나라도 미달되면 통과하지 못한다.

박 대위는 7번째 공대공 평가 비행에서 떨어져 그 과목 시험을 한 번 더 치러 합격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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