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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쉼] 놀라운 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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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후 4시30분 서울 부암동에 있는 보르도 와인 아카데미 시음실. 회의용 탁자 중앙에 서있는 사람이 'No. 4' 번호표가 달린 파란 주머니에서 천천히 와인 병을 꺼냈다. 발그레한 얼굴로 탁자에 둘러앉아 있는 사람들은 숨을 죽인 채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잠시 뒤 주머니 속 와인 병이 모습을 드러내자 "오우! 언빌리버블(unbelievable)" "야, 정말 믿을 수 없는데…" 하는 소리들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모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2월 초부터 밤낮을 지새우며 열흘 동안 진행한 '코리아 와인 챌린지 2007' 심사의 최종 결과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No. 4 번호표를 달고 파란 주머니 속에 감춰져 있던 와인은 심사위원들의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화이트 와인 부문 최고점을 받은 베스트 와인. 와인 병 라벨에는 '켄달 잭슨 빈트너스 리저브 샤르도네 2004' 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씌어 있었다.

"미국의 켄달 잭슨 샤르도네가 선정될 줄은 정말 생각도 못했어요. 워낙 유명한 와인이라 한동안 맛보지 않았는데…. 역시 저력이 있네요." 결선 심사위원인 은대환(서울 리츠칼튼호텔 소믈리에)씨의 말이다.

이날 레드와인 부문에서 트로피의 영예를 안은 와인은 이탈리아산 '50&50 2001'.

"와인마다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들을 비교해 우열을 가리는 일이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50&50 2001은 은은한 뒷맛의 여운이 워낙 인상적이라 '이거다' 싶더군요." 결선 심사를 위해 호주에서 온 데니스 개스틴(와인 칼럼니스트)의 설명이다.

'코리아 와인 챌린지 2007'은 와인 전문지 '월간 와인 리뷰'가 개최하는 국제행사다. 전 세계에서 출품된 와인 중 최고의 맛을 찾아내는 경연대회. 올해가 3회째다. 첫해인 2005년에는 출품 와인이 135가지에 불과하던 것이 두 번째인 2006년엔 288가지, 올해는 지난해의 두 배 가까운 454가지 와인이 심사대에 올랐다. 특히 한국 와인 시장의 '빅 5'라 일컬어지는 이탈리아.호주.프랑스.미국.칠레의 와이너리에서 대거 출품을 했다. 트로피를 받은 두 개의 최고 와인 외에도 200여 개 와인이 금.은.동메달과 장려상을 받았다(구체적인 내역은 www.koreawinechallenge.com 참조).

와인리뷰 발행인 최훈씨는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와인만 해도 수천 종에 이르는 상황을 감안하면 아직도 미흡한 수준이다. 하지만 해마다 출품 와인이 이처럼 늘어난다면 코리아 와인 챌린지도 곧 세계적 경연대회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유지상 기자

사진=C&H스튜디오 제공

어떻게 뽑았나

참가 신청은 한국의 와인 수입상이 한 경우도 있고, 외국의 와이너리에서 직접 의사를 밝힌 경우도 있다. 한 가지 와인에 200달러(출품 가짓수가 많을 땐 130달러까지 할인)의 참가비를 받으며, 같은 종류의 와인 4병을 제공받아 심사를 진행했다.

국내 특급 호텔 소믈리에 등 21명의 국내 심사 위원이 1차로 맛과 향이 뛰어나다고 판단한 와인을 골라 결선에 올렸다. 이를 데니스 개스틴, 이반 골드스타인(미국.마스터 소믈리에), 요하임 빈츠(독일.와인컨설턴트), 존 추아(싱가포르.소믈리에), 마시모 루피노(이탈리아.와인컨설턴트) 등 5명의 국제 심사위원과 은대환, 김시균(조선호텔), 장양수(살롱 드 칼라스), 김미경(이탈리아 소믈리에) 등 4명의 한국인 결선 심사위원이 다시 맛과 향의 우열을 가려 수상작을 결정했다.

와인평가 방식은 이탈리아 소믈리에협회(AIS)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했다. 총점 100점 중 50점은 기본 점수로 부여하고 색상과 외양 8점, 향과 부케 12점, 맛과 여운 18점, 조화와 균형 12점을 기준으로 평가했다. 와인의 상표 등을 알 수 없도록 철저한 블라이드 테이스팅 기법으로 진행했다.

■와인 챌리지=와인의 품질을 평가하는 와인챌린지는 해마다 세계 곳곳에서 열린다. 세계 각지에서 생산한 수천 가지 와인을 놓고 벌이는 세계적인 규모의 챌린지가 있는가 하면, 지역별로 자신들이 수확한 와인을 비교 평가하는 소규모 행사도 있다. 일반적으로는 참가비 부담과 좋지 않은 평가 결과를 우려한 나머지 기존에 유명세를 타고 있는 와인들은 참가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와인업계에선 평가 결과를 절대적으로 신봉하기보다는 숨어있던 좋은 와인을 발굴하는 장으로 여기고 있다.

베스트 와인 화이트 ▶'캔달잭슨 빈트너스 리저브 샤르도네' 2004

■품종=샤르도네

■생산지=미국 캘리포니아

■특징=미국 레스토랑에서 십여 년 동안 판매 1위.화이트와인의 대표적인 포도 품종인 샤르도네 성격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다는 것. 구체적이고 넉넉한 열대과일 향에 부드러운 맛.

■권장 소비자가=4만4000원(아영FBC 수입)

베스트 와인 레드 ▶ '50&50' 2001

■품종=산지오베제, 메를로

■생산지=이탈리아 토스카나

■특징=이탈리아 토스카나의 두 와인 명가인 아비뇨네지(Avignonesi)와 카파넬레(Capannelle)의 합작품. 메를로 품종과 카파넬레에서 난 산지오베제 품종을 절반씩 섞어 만들었다. 풍부한 과일향에 뒷맛의 여운이 매혹적.

■권장소비자가=39만원(루벵코리아 수입)

세계의 대표적인 와인 챌린지

#1 인터내셔널 와인 챌린지(International Wine Challenge)=런던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의 와인 대회. 국가, 포도 품종, 와인 스타일별로 각기 다른 최고의 와인을 뽑는다. 2006년의 경우 참가 와인 9000여 가지 중 49개 와인을 으뜸 와인으로 뽑아 49개의 트로피를 수여했다. 수상 와인 중 아르헨티나산 레드와인 트로피 부문의 '알타 비스타 그랑 레제르브 말벡 테루아르 셀렉숑(Alta Vista grande Reserve Malbec Terroir Selection) 2004' 등이 국내에서 시판되고 있다. http://www.internationalwinechallenge.com

#2 콩쿠르 몽디알 드 브뤼셀(Concours Mondial de Bruxelles)=1994년 시작해 2006년엔 총 43개국에서 5500가지 와인을 출품한 대회로 발전했다. 트로피 와인은 단 4가지만 뽑지만 생산 국가별로 수상 와인들을 선정해 각국의 와인 또는 음식 전문지에 결과를 발표한다. 국내에서 맛볼 수 있는 수상 와인 중에는 지난해 금메달을 수상한 스페인산 '가우디움 마르케스 데 카세레스(Gaudium Marques de Caceres) 2000' 등 다수가 있다. http://www.concoursmondial.be/index_cmb.asp

#3 재팬 와인 챌린지(Japan Wine Challenge)=올해로 10년째가 되는 와인 대회. 올 6월 10주년 기념으로 대대적인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일본에서 열리는 대회임에도 영국 유명 와인전문지 편집장이 회장을 맡는 등 해외의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주관한다. 지난해에는 1600여 개 와인이 참가해 절반에 가까운 874개 와인이 트로피와 금.은.동메달과 장려상을 받았다. 지난해 트로피 와인 중에는 '샹파뉴 니콜라 푀이야트 블랑 드 블랑(Champagne Nicolas Feuillatte Blanc de Blancs) 1998' 등이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다. http://www.japanwinechallen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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