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동회 눈솔상 받은 동요작곡가 김숙경교수|6년간 100곡 수집… 설명도 곁들여 출판|구 전놀이노래 악보 만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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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아침바람 찬 바람에 울고가는 저 기러기 우리선생 계실 적에…」「앞니 빠진 금강새 우물앞에 가지마라 붕어새끼 놀란다」.
누구나 어렸을 때 불러 입에서 입으로 전해온, 이제는 사라져가는 구전 전래놀이노래를 악보로 옮겨 보전 보급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동요작곡가인 김숙경씨(54·부천전문대 교수)다.
김교수가 구전 전래놀이노래의 보전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79년.
그는 그해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민속음악연구소 코다이인스티튜트를 방문, 헝가리의 유명한 민속음악학자 코다이가 헝가리 구전동요의 악보를 정리했고, 헝가리에서 유치원교사가 되려면 이 악보를 반드시 숙지해야한다는 코다이인스티튜트 관계자의 설명에 자극을 받았다. 그는 곧 우리의 잊혀져가는 전래놀이노래의 보전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김교수는 85년부터 본격작업에 나서 전국 각지 전래놀이노래의 자료를 모아 채보작업을 시작했다. 그렇게하여 영아기에 부르는 놀이노래 12곡, 고운 세살기에 주로 부르는 17곡, 미운 일곱살기에 부르는 36곡, 전국 각지방의 자장가 24곡 등을 합해 지금까지 1백곡의 채보작업을 끝냈다. 6년 작업의 결실은 한국전래놀이노래집(가칭)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어 다음달께 선보일 예정이다.
이 노래집에는 악보뿐만아니라 각 전래놀이노래 율동의 특징, 노래가사의 의미해석등도 함께 실린다.
예를 들면 『곤지곤지』의 손바닥을 손으로 찌르는 율동은 영아의 소화기능을 강화시켜주고 『기러기』의 「엽서한장 써주세요」라는 가사는 당시 우리사회의 문맹률이 높았음을 나타내주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밖에 고운 세살기에 할머니와 아기가 함께 부르는『세살달강』은 가사내용이 며느리에게 곳간열쇠를 넘겨준 시어머니와 아우를 봐 엄마의 사랑을 잃은 아기가 함께 소외감을 달래는 노래였다는 것이 김교수의 설명이다.
또 자강가의 경우, 유아사망률이 높았던 전라도지역의 자장가는 여인들의 한을 담은 가사에 애조를 띤 곡이 많았다는 것이다.
김교수는 『전래놀이노래는 아이들의 성장에 따른 어휘력향상·정서발달에 큰 도움이 되었을 뿐 아니라 노래에 율동을 붙여 아기의 건강을 유지하도록 한 우리조상들의 슬기에 탄복할 따름』이라고 한다.
『이번에 발간되는 노래집이 핵가족화로 잊혀지기 쉬운 한국의 얼을 아이들에게 심어주는 자료로 활용됐으면 좋겠다』고 그는 덧붙인다.
김교수는 또 혼자서 해오던 전래놀이노래의 채보작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하기위해 유아교육과교수, 유치원원장·교사, 국민학교 교사등으로 10명의 연구원을 확보, 8월에 두차례의 준비모임을 갖고 10월께 한국전래아동음악연구소(가칭)를 설립할 계획이다.
김교수는 전래놀이노래의 연구와 보급을 통해 한국의 얼을 이어가게 하고 어린이 정서함양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6일 색동회에서 수여하는 제7회 눈솔상을 받았다. <고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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