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없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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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무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당적 이탈은 정치 지형에 적지 않은 변화를 낳을 전망이다.

우선 집권 여당(ruling party)과 야당(opposition party)의 구분이 사라진다.

숭실대 강원택 교수는 21일 "일반적으로 대통령제 아래서 여당은 대통령이 당적을 가진 정당을 뜻한다"며 "노 대통령이 탈당하면 여당과 야당의 구별이 없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대통령의 탈당은 국무위원들의 거취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당 복귀가 예상되는 한명숙 총리를 빼고 이재정 통일부 장관, 유시민 복지부 장관, 박홍수 농림부 장관 등 열린우리당 당적을 가진 국무위원들은 노 대통령에 이어 탈당할 가능성이 크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한 2002년에도 김동신 국방부 장관, 이근식 행자부 장관, 방용석 노동부 장관 등 민주당 당적을 가진 장관 여섯 명이 탈당했다.

정부.여당 간 당정 협의의 형식도 변해야 할 처지다. 앞으로 정부는 열린우리당뿐만 아니라 원내 1당인 한나라당을 비롯한 다른 정당들과 정책을 조율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도 논란이 될 조짐이다. 소속 의원들의 탈당으로 원내 2당이 된 열린우리당은 당장 국회 의사일정을 책임지는 운영위원장 자리를 놓고 한나라당과 갈등을 겪고 있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탈당 임박에 대해 "정국 주도권을 쥐려는 면피용 탈당, 기획 탈당의 결정판"이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과 한패라는 꼬리표를 떼고 마음대로 정국을 운영하겠다는 의도로 탈당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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