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주고 병주고…「콜레라방역」/충남도,치료약을“예방약”으로 대량공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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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주민들에 항생제 복용시켜/호흡곤란·복통 부작용 말썽
【대전=박상하기자】 충남도가 콜레라발생 위험지역 주민들에게 치료약의 일종인 항생제를 예방약으로 투약하는등 「마구잡이식」방역활동을 벌여 빈축을 사고 있다.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항생제를 통·반장 등을 통해 건강한 주민들에게까지 복용토록해 호흡곤란·복통·식욕부진 등 엉뚱한 부작용까지 빚고 있다.
12일 충남도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서천군 서천읍 상가 음식을 먹은 조문객들이 콜레라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된 뒤 서천·보령·서산·태안 등 20개 시·군 지역 주민들에게 항생제인 독시사이클린 2만정·테트라사이클린 1백63만4천정 등,모두 1백65만4천정을 공급,복용토록 했다는 것이다.
당국은 어부 및 어패류 취급자,항·포구 주민 등 30여만명을 대상으로 통·반장이나 읍·면 보건요원을 통해 이들 항생제를 콜레라 예방약으로 공급했으며 이 항생제를 복용한 일부 주민들이 소화불량·호흡곤란·복통 등 부작용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안군의 경우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주민들을 마을회관에 모아 위생교육을 실시한 뒤 테트라사이클린 등 항생제 12만5천정을 1만7천명(총인구 8만3천여명)에게 나누어주고 콜레라 예방약이라고 복용토록 했다.
그러나 지난 7일 독시사이클린 2정을 복용한 조옥호씨(51·여·태안군 근흥읍)가 그날부터 밤잠을 자지 못하고 호흡곤란과 식도부분이 죄어오는 부작용 증세로 11일 근흥보건지소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박복성씨(64·여)도 배가 아프고 식사를 제대로 못해 보건지소에서 치료를 받고 귀가했다.
이에 대해 보사부측은 『현재 콜레라 예방약은 없다』며 『설사하거나 콜레라로 의심이 가는 사람에게 치료제로 투약하는 항생제를 건강한 사람에게 복용토록 한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보사부 관계자는 올해부터 콜레라 예방접종을 중단하고 방역소독 및 개인위생 홍보에 콜레라 방역의 초점을 맞춰왔다고 밝혔다.
한편 근흥보건지소 관계자는 『당국이 공급한 독시사이클민 항생제는 식용부진·구토·두드러기 등 부작용이 복용법에 명시돼 있다』며 『주민들에 대한 철저한 계몽도 없이 치료약을 예방약으로 공급한 당국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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